"40대 남성이 30대 여성 앞질렀다"... 해외직구의 반전

입력
2023.03.0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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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해외직구, 역대 최대
직구 규모·건수 모두 중국이 1위

경기 고양시에 사는 김모(43)씨는 지난해 11월 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맞아 미국과 중국에서 여러 정보기술(IT) 기기를 구매했다. 국내에선 30만 원 이상 줘야 살 수 있는 마샬 스피커 ‘핫딜’이 미국 전자상거래사이트 아마존에 떠 17만 원을 결제했다. 모니터 등 컴퓨터 주변기기와 노트북을 연결해 주는 도킹스테이션은 중국 전자상거래사이트인 알리익스프레스에서 8만 원에 구매했다. 김씨는 “원·달러 환율이 많이 올라 더 많이 사지 못한 게 아쉽다”고 했다.

역대 최대를 기록한 지난해 해외직구(직접 구매)에서 남성 직구족의 구매 건수가 처음으로 여성을 앞질렀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전자제품을 주로 구매한 ‘40대 남성’이 직구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직구는 남성보다 여성이라는 상식과 선례를 깬 것이다.

관세청이 28일 발표한 ‘2022년 해외직구 동향’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직구 금액은 1년 전보다 1.4% 증가한 47억2,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평균 원·달러 환율(1,291.95원)을 적용했을 때 약 6조1,0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직구 건수도 8.8% 증가한 9,612만 건이었다. 직구 금액과 건수 모두 사상 최고치다.

다만 해외직구 증가율은 둔화했다. 2021년의 전년 대비 직구 금액 증가율은 24.1%였다. 관세청은 “원·달러 환율이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상반기엔 해외직구 건수가 1년 전보다 약 13% 증가했으나, 환율이 크게 오른 하반기엔 약 5%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설명했다.

국가별로는 중국 직구 금액이 17억1,200만 달러(36.2%)로 가장 많았다. 직구 건수는 2020년부터 이미 1위였고, 지난해엔 직구 금액에서도 미국을 처음으로 제쳤다. 지난해 중국 직구 건수는 5,541만7,000건으로, 57.7%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관세청은 올해 직구 금액이 50억 달러, 직구 건수가 1억 건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남성의 해외직구가 큰 폭으로 늘고 있어서다. 실제 지난해 남성의 해외직구 건수 비중(52.1%)은 처음으로 여성(47.9%)보다 높았다.

연령까지 감안했을 때 지난해 해외직구를 가장 즐긴 건 40대 남성으로, 직구 비중(17.4%·건수 기준)이 가장 높았다. 40대 남성의 직구 물품 4개 중 1개는 전자기기일정도로 가전제품을 많이 구매(24.3%)했고, 이어 건강식품과 의류 순이었다.

관세청 관계자는 “전자제품은 워낙 금액대가 다양하고 최근엔 의류·신발 등 패션용품 구매도 크게 증가하면서 남성의 해외직구 규모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남성의 패션용품 구매 건수는 2021년 723만6,000건에서 884만9,000건으로 22.3% 늘었다. 직구 비중이 두 번째로 높은 30대 여성은 건강식품(17.8%)을 가장 많이 구매했다. 의류와 기타 식품, 화장품·향수가 뒤를 이었다.


세종=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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