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만난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들 "일본 사과, 반드시 있어야"

입력
2023.02.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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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피해자와 소통하며 조속히 해결"
유족들, 대위변제안 두고 의견 갈려


박진 외교부 장관이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들을 만나 그간 양국 협의 경과를 설명했다. 일본과의 최종 담판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 장관은 28일 오후 3시 20분쯤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3건의 소송 중 일본제철, 히로시마 미쓰비시 중공업에서 일한 피해자 가족들과, 현재 소송이 계류 중인 후지코시 피해자 5명 등 총 40여 명과 만났다.

박 장관은 이날 면담을 마치고 "오늘 모임은 정부가 이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거나 도외시하지 않고 진정성 있게 해결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피해자 분들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최대한 조속히 그리고 진정성을 가지고 해결해 나간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족들, 의견 갈려 "정부안 수용" vs "판결 왜 뒤집냐"…"일본 사과는 있어야"

이날 외교부는 우리 기업이 강제동원 피해자재단을 통해 일본 전범기업이 내야 할 판결금을 대신 내는 '대위변제안'이 최선의 대안임을 사실상 재확인했다. 피해자 소송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는 "외교부 측은 피고기업이 직접 배상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고 있고, 법적 변제도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했다고 얘기했다"며 "피해자의 채권 소멸을 재단이 맡아서 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면담한 유족들은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를 강조하면서도 정부안 동의 여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히로시마 미쓰비시중공업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인 A씨는 "일본 정부의 사과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얘기했다"면서도 "정부가 마련하는 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후지코시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인 피해자들은 "다른 건 몰라도 일본 기업과 정부의 사과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보다 강경한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단체 측에 따르면 "외교부가 단순히 돈으로 아버지의 판결을 없애려고 하고 있다"며 외교부에 항의한 유족도 있었다.

'속도감' 강조한 정부…日과 막판 협상 나설 듯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 면담을 마친 외교부는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 조치'를 둘러싼 막판 협상을 벌인 후 결과 발표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박 장관은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과 피해자들에게 "조속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변호사는 "(박 장관이) 속도감에 대한 강조는 있었다"며 "너무 서두르고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다고 했다"고 말했다.

한일 외교가에서는 한국과 일본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이전인 3월 말 전까지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문제 해법을 발표한다는 방향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사과와 일본 전범기업의 기부 참여 등 '성의 있는 호응 조치'를 두고 한일 양국 간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 장관은 "지난번 뮌헨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했고 거기에 대한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했고, 일본 외무성에서 강제동원 배상 협상 실무를 맡고 있는 후나코시 다케히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지난 주말 비공개로 방한해 협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광주의 일제강제동원피해자 시민모임이 지원하는 나고야 미쓰비시 여자 근로정신대 피해자 측은 이날 면담에 참석하지 않았다. 나고야 미쓰비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씨는 정부의 대위변제안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피해자 측과 정부 간 면담에 앞서 양 할머니의 국민훈장 서훈 제동에 대한 박진 장관의 사과, 방송사 주관 2차 공개토론회 등을 요구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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