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뇌물 의혹' 경찰 간부… 건설사 납품업체 끼고 금품수수 정황

입력
2023.02.28 04:00
10면
공수처, 경찰간부·건설사 커넥션 수사 중
'건설사 회장→납품업체 회장→경찰 간부'
건설사 분식회계 의혹 수사 무마 대가로
1억 오간 정황 포착... 경찰, 간부 대기발령

경찰 고위 간부의 뇌물수수 혐의를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건설사 납품업체 회장이 경찰 간부와 건설사 사이에서 '브로커' 역할을 한 정황을 포착했다.

2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 수사3부(부장 송창진)는 서울경찰청 소속 경무관 A씨가 납품업체 회장 B씨를 통해 중견건설업체 D사 회장을 소개받은 뒤 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1억 원 상당 금품을 받은 정황을 포착했다. 해당 납품업체는 건설·기계 장비 대여업을 해온 중소기업으로, 국내 유명 건설사에 자재 납품을 해왔다.

공수처는 A씨가 D사 회장을 만나는 데 B씨가 가교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해 상반기 이들 3명이 수차례 만났고, 이 자리에서 "3억 원을 줄 테니 경찰의 D사 분식회계 수사를 무마해 달라"는 구체적 청탁 내용도 파악했다. A씨는 수사를 담당한 서울청 금융범죄수사대 담당 경찰에 청탁 내용을 전했으며, 약속받은 3억 원 중 1억여 원을 실제 받았다는 게 공수처 판단이다.

공수처는 D사 관련 수사 진행 상황도 주시하고 있다. 청탁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금융범죄수사대 담당 경찰은 2019년 A씨가 서울시내 경찰서장을 지낼 때 휘하 과장으로 근무했다. 현재는 참고인 신분이지만, 향후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해 1월 시작한 D사의 분식회계 의혹 수사를 1년 넘게 끌어오다가 지난 24일 회장과 대표 등 4명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A씨 등 수사 대상자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특히 D사 회장은 지인과의 채무관계를 정리하려고 돈을 건넸을 뿐, A씨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역시 주변에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24일 A씨를 대기발령 조치했다.

공수처는 21일 서울경찰청 A씨 사무실과 금융범죄수사대, D사의 인천 본사와 서울 사무소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공수처는 이번 주에 A씨 등을 불러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본보는 A씨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D사 역시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강지수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