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성악가보다 독일어 발음 좋은 한국 성악가… 문화 수준 높은 한국 무대 기대"

입력
2023.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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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만에 한국 찾는 지휘자 아담 피셔 인터뷰
3월 내한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 지휘
 한국 팬 친숙한 이반 피셔와 '형제 지휘자' 
"동생 이반과 대화는 자주 하지만 음악 이야기는 안 해"

"그 어떤 독일 연주자가 한국의 국악을 그렇게 연주해낼 수 있을지 상상조차 힘듭니다. 한국 연주자는 정말 특별해요.”

헝가리 출신 유대인 음악가 아담 피셔(74)와 이반 피셔(72)는 형제가 나란히 유럽과 북미 무대를 활발히 누비는 '형제 지휘자'다. 친한파로 분류될 정도로 자주 한국을 찾은 동생 이반 피셔와 달리 아담 피셔는 한국 방문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하지만 모차르트와 하이든 등 고전시대 작품부터 후기 낭만주의 바그너 오페라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소화하는 그의 이름은 한국 음악팬에게 친숙하다. 세계 무대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는 한국 음악가들과 협업하는 일이 잦아서다.

3월 9~12일 내한하는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14년 만에 한국을 찾는 아담 피셔는 K클래식의 높아진 위상과 관련한 질문에 "유럽이 문화적 배경인 서양 클래식 음악에 대한 한국 음악가들의 이해도는 감탄할 정도로 높다"며 "한국이 뛰어난 음악적·문화적 배경을 지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내한에 앞서 이메일 인터뷰에서 "예를 들어 한국 성악가의 독일어 발음이 이탈리아 성악가보다 더 좋다는 점만 봐도 정말 놀랍다”고 말했다.

모차르트와 하이든 음악 해석의 세계적 권위자로 평가받는 아담 피셔는 모차르트의 고향인 잘츠부르크가 기반인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와 함께 9일 롯데콘서트홀, 1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1일 수원 경기아트센터 대극장, 12일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아트홀 대극장에서 연주회를 연다. 모차르트의 교향곡과 2009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이 협연하는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으로만 프로그램을 채웠다. 피셔는 "모차르트는 희로애락, 질투와 사랑 등 인간의 감정을 음악에 담기 시작한 작곡가"라며 "특히 전 연주 일정의 포문을 여는 모차르트 교향곡 40번을 통해서는 기적으로 가득한 인생의 경험과 에너지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는 세계 최고의 음악 축제 중 하나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다. 지난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비롯해 수차례 이 악단과 함께 연주해 온 피셔는 "이 오케스트라의 단원 한 명 한 명이 마치 모차르트와 개인적 관계가 있는 것처럼 모차르트를 잘 이해하고 있다"며 "내가 느낀 이 악단만의 모차르트에 대한 깊은 음악적 친밀감과 이해력을 한국 관객에게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형제가 모두 각광받는 지휘자이기에 아담 피셔에게는 그림자처럼 동생 이반 피셔에 대한 질문이 따라붙는다. 그는 동생과 음악 이야기를 자주 나누는지 묻자 "음악적 교류를 많이 하느냐는 질문에는 '예스'이자 '노'라고 답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동생과 자주 대화하지만 구체적 음악 이야기는 서로 다른 견해가 있어 많이 하지 않는다"며 "이것이 우리가 서로를 존중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두 형제는 모두 정치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 음악가로도 유명하다. 아담 피셔는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정부의 표현의 자유를 제약한 미디어법 개정에 반대해 2010년 말 헝가리 국립 오페라단 음악감독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하이든은 '내 언어는 전 세계가 이해한다'고 했죠. 정치 권력 앞에서 예술가로서 무력감을 느낄 때도 있지만 내 음악이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설득할 수 있다면 충분히 의미가 있고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음악가는 국가주의에 반대하고 인종차별에 맞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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