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의 늪'에 빠져 있던 고진영(28)이 모처럼 활짝 웃었다. ‘송곳 아이언’을 앞세워 하루 동안 이글 1개와 버디 6개를 잡아내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고진영은 26일 태국 촌부리의 시암 컨트리클럽 올드코스(파72·6,576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혼다 LPGA 타일랜드(총상금 170만 달러) 마지막날 보기 없이 이글 1개와 버디 6개로 8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시즌 첫 출전에 공동 6위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7월 에비앙 챔피언십 공동 8위 이후 무려 7개월여 만에 맛보는 ‘톱10’ 진입이다. 고진영은 지난해 여름 손목을 다친 뒤 기나긴 부진에 빠졌다. 그러면서 세계랭킹 1위를 내준 뒤 5위까지 내려앉았다.
3개월간 재활과 체력 훈련, 스윙 회복에 공을 들인 고진영의 시즌 첫 경기였다. 첫날 4타를 줄여 부상 부담을 털어낸 고진영은 2, 3라운드서 나란히 2타씩밖에 못 줄여 우승 경쟁에서 밀렸다.
하지만 마지막 4라운드서에서 독보적인 경기력을 펼쳤다. 전반에만 다섯 타를 줄인 고진영은 후반 첫 홀(파5)도 버디로 출발해 톱10에 이름을 올리더니 마지막 두 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으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드라이버샷은 페어웨이를 한 차례밖에 놓치지 않았고, 최대 무기인 ‘송곳 아이언’도 살아났다. 그린 적중률도 18홀 가운데 단 3개만 놓쳐 83.33%를 기록했다.
고진영은 네 개의 파5홀에서 이글 1개와 버디 3개를 낚아 세계랭킹 1위 시절 샷감을 회복한 모습을 보였다. 고진영은 경기 후 “몇 차례 이글 기회가 있었지만 한 번밖에 성공하지 못했다”면서도 “그래도 좋은 샷을 많이 했다. 바람도 심했지만 전반 9개 홀에서 버디 서너 개를 잡으면 톱10에 들 수 있다고 생각해 더 집중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어 “샷, 퍼팅, 정신력 모두 지난해보다 좋아졌다”며 “나흘 내내 언더파를 친 경기가 너무도 오랜만이라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고진영은 다음 달 2일 싱가포르에서 개막하는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총상금 180만 달러)에서 타이틀 방어에 나선다. 그는 “디펜딩 챔피언으로 출전하는 대회인 만큼 더 좋은 기량으로 대회에 출전하고 싶다. 샷과 퍼팅 등 모든 것이 지난해보다 나아졌기 때문에 기분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우승에 실패한 한국 선수들은 지난해 6월 메이저 대회인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전인지(29)의 우승 이후 최근 18개 대회 연속 '무관'으로 자존심을 구겼다. 이는 2007~2008년 27개 대회 연속 '무관' 이후 15년 만에 나온 한국 선수 최다 연속 대회 '무관' 기록이다.
한편 이날 대회에서는 릴리아 부(미국)가 8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22언더파 266타로 ‘루키’ 나타크리타 웡타위랍(태국)을 1타차로 제치고 역전우승을 했다. 김효주(28)는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 공동10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