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측 "檢, 재판 대비 문건까지 가져가"…구치소 압수수색 변론권 침해 논란

입력
2023.02.24 21:00
변호인 "의견서, 메모, 증인신청 목록 등 포함"
"법원 제출 전 비밀보호… 檢 압수물 반환해야"
검찰 "공판 무관한 압수수색… 영장 정당집행"
재판부 "檢 국가 권력, 문제 발생 않도록 하라"

검찰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구치소 압수수색 과정에서 변론권을 침해했다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재판 방어를 위한 서류까지 압수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했고, 검찰은 영장을 통해 적법하게 집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신진우) 심리로 24일 열린 이 전 부지사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 15차 공판에선 피고인과 검찰 측이 압수수색의 적정성을 두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쌍방울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은 전날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이 전 부지사가 수감 중인 수원구치소 수용실을 압수수색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검찰이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하면서 뇌물 사건 재판 자료들까지 가져가 방어권과 변론권을 침해했다고 항의했다. 변호인은 "검찰이 전날 구치소 수용실 압수수색에서 변호인 작성 의견서 등 서류, 피고인이 증거 기록을 보고 정리한 메모, 재판 증인신청 목록까지 무차별적으로 가져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런 압수수색은 피고인의 형사소송법상 권리와 변호인의 변론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피고인이 정리해둔 노트와 서신, 서면 등을 즉시 반환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 없는 뇌물 혐의와 관련된 변호인과 의뢰인 간 의견교환 내용은 절차에 따라 재판부에 정식 제출되기 전까지 비밀이 보호돼야 한다는 취지다.

검찰은 이에 대해 "해당 압수수색은 현재 공판과 무관하며 법원에서 발부받은 영장으로 정당하게 집행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방어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변호인 접견이 끝날 때까지 기다린 후 원본이 아닌 사본을 압수한 것"이라며 "재판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증거가 인멸된 후 수사하는 것은 헌법의 대원칙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강변했다.

재판부는 양측 공방이 치열해지자 "검찰은 국가 권력이지만, 피고인은 변호사라는 한정된 방어 인력으로 재판에 임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며 중재에 나섰다. 이어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적법하게 발부받아 실시했다는 취지겠지만, 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앞서 쌍방울로부터 억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특가법상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 전 부지사를 구속기소했다. 이후 이 전 부지사가 2019년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에게 경기도 대북 협력사업인 '스마트팜 지원 사업' 비용 500만 달러와 이재명 경기지사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북한 측에 대납하라고 종용했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이달 3일 김 전 회장을 구속기소하며, 공소장에 이 전 부지사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공범으로 적시했다. 22일 경기도청 경제부지사실(옛 평화부지사) 등 20여 곳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집행한 검찰은 전날엔 이 전 부지사 자택과 그의 구치소 수용실, 김 전 회장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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