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신은 세상을 떠났지만, 혼은 저물지 않았다. 지난해 2월 26일 타계한 '시대의 지성' 고(故) 이어령 전 초대 문화부 장관 1주기를 맞아 추모 전시와 전집 발간이 이어지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25일부터 이어령 1주기 추모 특별전시 '이어령의 서(序)'를 개최한다. 영인문학관과 공동으로 기획한 전시로 4월 23일까지 도서관 본관 1층 전시실에서 이어진다. 개막에 앞서 24일 열린 추모식과 전시 개막 행사에 이 전 장관의 배우자 강인숙(90) 영인문학관 관장이 참석해 기자들과 함께 전시를 관람했다.
전시는 16m 길이의 어둡고 고요한 '침묵의 복도'를 걷는 것으로 시작된다. 복도 끝에 다다르면 마주하게 되는 이 전 장관의 재현된 서재에는 그의 발자취를 모두 간직한 명함, 이화여대 재직 시절 사용한 가방, 평소 사용했던 안경과 필기구, 육필 원고 등이 전시돼 있다. 작고 한 달 전까지 마지막 원고 '눈물 한 방울'을 집필했던 공간의 책상과 의자까지 전시관에 그대로 옮겨졌다. 가로 10m, 세로 3m 크기의 공간에 마련된 '말의 힘, 글의 힘, 책의 힘' 코너에는 그의 단독 집필 저서 185권이 벽면을 빼곡히 메우고 있다. 전시 끝에 이르러서는, 손자를 안고 있는 영상이 상영되는 등 '문인 이어령'이 아닌 '개인 이어령'의 친근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1주기 기념 출간도 활발하다. 21세기북스는 22일 24권으로 구성된 '이어령 전집'을 출간했다. '저항의 문학' '바람이 불어오는 곳' '축소지향의 일본인' 등 대표작을 비롯해 총 34종 24권으로 구성된 전집은, 작고 전 이 전 장관이 일일이 다시 손을 보고 재편집을 거친 유일의 정본 전집이다.
그의 창조 활동은 사후에도 지속될 예정이다. 그가 남기고 간 컴퓨터에는 아직 8테라바이트가량의 자료가 남아 있기 때문. 이 전 장관의 아들 이승무(60)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기자간담회에서 "짧게 쓴 단상과 원고 등 많은 자료가 남아 있는데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아 전문가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강 관장은 "올가을 영인문학관의 이어령 서재를 신청자에 한해 공개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