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중국 비밀경찰서 의혹을 받는 중식당을 포함해 서울의 업체 3곳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법적 처벌이나 행정 조치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불법 행위를 입증하기 어려워 비밀경찰과 관련된 인물들을 본국으로 추방하기 곤란하다는 것이다. 자국 거주 외국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해당국 정보기관의 개입을 철저하게 차단하는 미국 독일 캐나다 등 선진국과는 온도차가 크다.
2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정원은 논란을 빚은 서울 중식당 대표에 대해 "출입국관리법 위반 소지는 있지만 강제퇴거(추방) 명령을 내릴 만한 사안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최근 국회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출입국관리법 20조는 "대한민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체류자격과 관련되지 않은 다른 활동을 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위반할 경우 46조에 따라 강제퇴거할 수 있는데, 이는 대부분 불법 취업이나 형사범죄, 국가기밀 누설 혐의가 적용되는 경우에 해당했다. 외국 정보요원이 국내 거주 외국인을 감시·압박하거나 기타 활동에 따른 인권 침해가 발생해도 처벌할 수 없는 셈이다.
하지만 위구르 인권운동가들은 중국 공안의 활동을 통제하지 않으면 개인 차원을 넘어 사회와 국가의 안보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우드로윌슨센터의 브래들리 자르딘 연구원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거주 위구르인이 중국 공안의 압박에 못 이겨 일본인 인권활동가들에 대한 정보까지 넘겨야 했던 사례가 있다"며 "이는 단순한 인권 침해가 아니라 자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에 대한 주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다른 나라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미국의 경우 국무부·국토안보부·연방수사국(FBI)이 협업해 미국 체류 외국인을 상대로 그 외국인 국적의 당국이 부당하게 감시·추적하는 행위를 다각도로 규제하고 있다. 더 나아가 2021년에는 일부 국가들이 인터폴(Interpol·국제형사경찰기구) 경보체계를 이용해 정치적 경쟁자나 망명자를 공격·위협하려는 시도를 저지하고자 ‘인권 탄압에 대한 초국가적 책임 및 예방법(TRAP)’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은 중국이 해외 거주 반체제 인사를 강제 송환하고 사상교육을 시켰다는 이른바 ’여우사냥‘에 관여한 중국 공작원들에 대해 스토킹 등의 혐의로 처벌한 전례도 있다.
독일은 내무부 관할 정보기관인 연방헌법수호청(BfV)이 해외 정보당국의 독일 내 첩보활동을 추적하고, 국가 보안을 위협하거나 인권 침해가 발생할 경우 이를 제지한다. BfV는 2020년 공개한 보고서에서 “중국 공산당은 모든 반체제 활동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며 △파룬궁 수련인 △위구르인 △티베트인 △민주활동가 △대만 독립주장 인사 등에 대한 감시활동을 언급했다.
캐나다 의회는 해외 거주 위구르인들에 대한 인권 문제가 국제적 관심사로 부각되자 제3국으로 도피한 위구르인과 튀르키예계 무슬림 난민 1만 명을 수용하는 결의안을 지난 1일(현지시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지난해 6월 발의된 이 결의안은 4개월 안에 위구르 난민을 캐나다에 수용하는 구체적 계획을 수립하고, 내년부터 2년간 시행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