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 완화와 원자잿값 인상 등의 여파로 아파트 분양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시행사들이 청약 수요를 끌어모으기 위해 그나마 분양가 인상을 자제하고 있지만, 청약 경기가 풀리면 분양가 상승폭이 훨씬 가팔라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최근 분양한 단지들을 살펴보면 분양가 상승 추세가 뚜렷하다. 이달 초 경기 수원시에 선보인 '수원성 중흥S-클래스'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7억5,900만 원으로 3.3㎡당 평균 분양가가 2,371만 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2020년 7월 인근에서 분양한 수원센트럴아이파크 같은 면적 분양가(6억6,000만 원·3.3㎡당 평균 2,062만 원)와 비교하면 1억 원 가까이 높다.
같은 시기 분양한 경기 구리역 롯데캐슬 시그니처 전용 84㎡ 분양가는 8억5,000만~8억6,000만 원 수준이다. 이 역시 1년 전 분양한 힐스테이트구리역(분양가 8억 원)과 비교하면 5,000만 원 넘게 뛰었다.
올 초 덕현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시행사)이 경기 안양시 호계동에 선보인 평촌 센텀퍼스트는 처음 책정한 3.3㎡당 평균 분양가가 3,248만 원으로 전용 84㎡는 10억7,200만 원이었다. 인근에서 지난해 5월과 8월 각각 분양한 평촌 어바인퍼스트더샵과 평촌 두산위브더프라임(전용 84㎡·8억8,000만 원)의 3.3㎡당 평균 분양가가 2,700만 원 안팎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8%가량 높은 가격이다.
20일 청약을 받은 부산 에코델타시티 푸르지오린의 전용 84㎡ 분양가는 5억3,000만 원(3.3㎡당 평균 1,656만 원)인데, 지난해 인근 같은 면적 아파트 분양가(4억9,000만 원)와 비교하면 5,000만 원가량 비싸졌다.
이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전국 민간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1,570만 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1,415만 원)보다 11% 뛰었다. 서울은 3.3㎡당 3,063만 원으로 8개월 만에 3,000만 원 선을 넘어섰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를 얼마나 올릴 것인지가 관건이지 분양가 인상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인건비를 비롯한 원자잿값, 금융 비용까지 급등해 1년 전 수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하면 공사 자체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집값이 하락 추세라 고분양가 단지는 역풍을 맞고 있다. 수원성 중흥S-클래스와 센텀퍼스트는 결국 청약 미달됐고, 센텀퍼스트는 최근 10% 할인 분양을 결정했다. 반면 구리역 롯데캐슬시그니처와 에코델타시티 푸르지오린은 각각 평균 7.25대 1과 11.5대 1의 경쟁률로 선방했는데, 인근 매매시세보다 분양가가 낮아 이른바 '안전 마진'을 갖춘 게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는 청약 경기가 풀리면 분양가가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 4곳을 제외한 전국의 분양가 통제 장치가 모두 걷혔기 때문이다. 한 분양대행사 임원은 "둔촌주공이 고분양가 논란에 시달렸지만, 하반기만 돼도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둔촌주공 분양가가 저렴하게 보일 만큼 앞으로 분양가가 크게 뛸 걸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