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은행 신설해 은행 경쟁시키고, 수익 따져 성과급 환수 추진"

입력
2023.02.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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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관행·제도 개선 TF' 첫 회의
은행 폭리 이유로 '과점 체제' 지목
챌린저 뱅크 등 도입해 경쟁시키고
수익 나쁠 땐 성과급 환수·삭감도

금융당국이 과점 상태인 은행 시장을 개선하기 위해 영국의 '챌린저 뱅크' 같은 소규모 특화은행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기존 시중은행과 신규은행을 경쟁시켜 대출금리 인하 등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경영진의 보수 규모를 주주 동의를 거쳐 확정하고, 수익에 따라 임직원 성과급을 환수하거나 삭감하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은행권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개선 방향을 밝혔다. 회의에는 은행연합회, 생·손보협회, 금융투자협회,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핀테크산업협회 등이 참석했다.

한국판 챌린저 뱅크 도입되나

TF의 핵심 과제는 은행 간 경쟁 촉진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은행업은 정부의 인가에 의해 제한적으로 설립·운영되는 과점적 구조"라며 "은행권 전반에 대해 혁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스몰 라이선스나 챌린저 뱅크 등을 도입해 은행권 진입장벽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스몰 라이선스는 금융기술기업(핀테크) 등 비(非)은행 금융사가 대출 등 은행의 특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제도다. 은행 업무를 쪼개 외환, 소규모 대출 등의 업무를 핀테크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디지털 대출 은행 등 소규모 특화은행 등장으로 은행의 과점 체제를 흔들 수 있다는 판단이다.

영국의 소규모 특화은행인 챌린저 뱅크도 이와 유사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형은행 과점 체제를 깨뜨리기 위해 설립된 챌린저 뱅크는 디지털에 최적화된 시스템으로 간편 대출 등 영국 내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토스뱅크의 롤모델인 레볼루트가 대표적인데, 저렴한 환전 수수료 등을 무기로 2,500만 명이 넘는 고객을 보유 중이다.

'소비자 편익 증대' vs. '은행 신설로는 역부족'

스몰 라이선스와 챌린저 뱅크의 국내 도입 효과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찬성 측은 소비자 편익 증가를 예상한다. 이순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이 도입되며 소비자 편의성이 높아지지 않았는가"라며 "소규모 특화은행들이 고객 편의를 증진시키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소규모 은행 허가로 현재의 과점 체제를 깨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그간 외국계 은행 허용, 지방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육성 등으로 5대 은행 체제에 경쟁을 유도했지만 예대마진을 줄이는 데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이 3곳이나 생겼지만, 오히려 예대마진에 의존한 수익 체계는 더욱 공고화됐다"며 "은행 폭리는 이자 마진율 공개 등 정책으로 개선할 문제이지 은행 신설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돈 잔치' 비난 자초...임금·성과급 체계도 개선

이날 회의에서는 이자 장사로 벌어들인 수익으로 돈 잔치를 벌이는 등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은행의 성과보수 체계 개선안도 논의됐다. 김 부위원장은 "은행권은 막대한 이자수익으로 역대 최고의 성과를 거두고, 그 수익으로 고액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질책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경영진 보수에 대한 '주주 투표권(세이온페이·Say-on-Pay)'을 도입하고 금융회사 수익 변동 시 임직원의 성과급을 환수·삭감하는 '클로백(Claw-Back)'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밖에 금융당국은 차기 TF 회의 등을 통해 고정금리 비중을 확대하는 등 금리체계 개선안과 금융회사의 비금융업 영위 허용 등을 통한 비이자이익 비중 제고 방안 등을 마련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향후 TF 실무작업반 운영을 통해 민간전문가, 금융권, 연구기관 등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검토과제별 현황 파악 및 해외사례 연구 등 개선작업을 차질 없이 추진, 6월 말까지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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