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호출 시장의 95%가량을 장악한 카카오모빌리티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강력한 규제를 받게 되자 경쟁사들이 반사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들은 카카오모빌리티가 공정위 이슈로 사업 확장에 발목이 잡혀 있는 사이 택시 요금 할인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가입자 유치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티머니는 다음 달 12일까지 택시비 30% 할인 쿠폰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신규 가입 고객에게는 5,000원 할인 쿠폰도 준다.
우티는 26일까지 오후 10시~오전 4시 탑승 고객에 택시 요금을 40% 할인하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자동결제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하며, 1회당 할인 한도는 2만 원이다. 택시 요금이 5만 원이 나왔다면, 우티에선 3만 원만 결제하면 된다.
아이엠 택시를 운영하는 모빌리티 플랫폼 진모빌리티는 23일 국내 택시업계 최초로 사전확정요금제를 시행했다. 사전확정요금제란 위치정보시스템(GPS) 정보를 바탕으로 주행 요금을 계산해 확정된 금액으로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요금 제도이다. 고객에게는 이동 중 요금이 오를 걱정을 덜어주고 기사에게는 고객과의 요금 시비 문제를 없앤다는 취지다.
그동안 이들 업체들은 카카오T의 압도적 영향력에 밀려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게 쉽지 않았다. 빅데이터 플랫폼 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의 1월 평균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1,169만2,312명으로 전체 시장의 94.8%를 장악했다. 우티(44만7,844명), 아이엠(9만8,260명), 타다(9만3,385명) 등 경쟁 3사의 이용자 수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많다.
하지만 14일 공정위가 카카오모빌리티에 "자사 가맹 택시인 ‘카카오T 블루’에 승객 호출(콜)을 몰아줬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257억 원의 과징금을 내게 하면서 이들 경쟁 사업자들은 가입자 확대의 기회를 맞았다. 카카오모빌리티의 2021년 연간 영업이익은 126억 원이다. 과징금이 연간 이익의 두 배 이상인 만큼 당분간 카카오T에서는 요금 할인 이벤트는 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1일부터 택시 요금도 오르면서 소비자들은 요금에 대해 훨씬 민감해 하고 있다. 경쟁 업체들의 이벤트가 실제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이들이 카카오T의 아성에 도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아무리 할인 쿠폰을 지급한다 해도 이들이 보유한 택시 수 자체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 택시 시장 점유율은 2021년 기준 73.7%다.
이에 우티의 경우 가맹 택시 기사에게 운행 건당 2,000원을, 우티 중개 서비스를 이용하는 일반 택시 기사에게는 피크타임 시간대 운행 건당 2,000원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타다는 택시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아이엠택시와 합병을 검토 중이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요금 할인으로 일단 가입자를 유치하겠지만 결국 이용자에게 실시간으로 택시를 배차하지 못할 경우 돈으로 모은 가입자는 금방 이탈할 것"이라며 "카카오T가 여러 논란에도 압도적 시장 지배력을 가진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