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단 하루도 일본에 머물지 않은 국회의원이 있다. 소수 정당 ‘NHK당’ 소속의 가시 의원이다. 본명은 히가시타니 요시카즈인데, 가시라는 이름으로 출마했다. 그의 의원직을 박탈하는 것이 적절한가를 놓고 일본에서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그를 뽑아 준 유권자와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모욕이므로 강하게 징계해야 한다"는 주장과 "선출직 의원을 제명하기엔 명분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1952년 일본이 미 군정으로부터 국권을 되찾은 이후로 의원직 제명은 한 번도 없었다.
22일 참의원 본회의에서는 가시 의원에 대해 국회에 출석해 사과할 것을 요구하는 징계안이 가결됐다. 일본 국회에서 결석을 이유로 징계가 결정된 것은 처음이다.
초선인 가시 의원은 두바이에서 연예인의 의혹과 사생활을 폭로하는 유튜버로 활동하다가 지난해 NHK당의 권유를 받아 출마했다. 선거운동도 인터넷으로만 했다. 그는 "귀국하면 명예훼손 수사로 체포될 수 있다"면서 당선 이후에도 귀국을 거부했다. "해외에서 온라인으로 의정 활동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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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 의원이 국회에 출석해 사과하지 않으면, 참의원은 더 무거운 징계를 검토하게 된다. 다음 수위 징계는 ‘의원직 정지’이고, 최고 수위 징계는 ‘의원직 제명’이다. 여론은 제명에 쏠려 있다.
의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제명은 가급적 피하고 싶다”는 의원들이 꽤 많다. 1952년 이전엔 의원직 제명이 정적 탄압의 수단으로 악용된 만큼, 그런 전례를 따르지 않기 위해서다.
일본에서 국회의원이 제명된 것은 1951년이 마지막이다. 당시 야당인 공산당의 가와카미 간이치 중의원 의원은 국회에서 “국민 대다수가 (미국) 점령군의 조기 철수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여당이었던 자유당 등이 “의회의 품위를 손상시켰다”는 책임을 물어 제명했다.
제국의회 시절인 1940년에는 야당인 입헌민정당 사이토 다카오 중의원 의원이 국회에서 “(제국주의 일본이 원하는) 동아시아 신질서 건설의 내용이 무엇이냐”고 질문했다가 제명됐다. "중일전쟁을 치르는 일본군의 역린을 건드렸다"는 혐의가 씌워졌다.
아사히신문은 사이토 의원의 제명 사례를 언급하면서 “의회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국회의원의 신분을 보장하는 관례가 이어져 왔다”며 가시 의원의 제명에 신중론을 제기했다. 니혼게이자이는 편집위원 칼럼에서 "제명보다는 세비를 받지 못하게 하는 징계를 신설하라"고 제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