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꾸러기들('시즌비시즌' 팬을 부르는 말) 안녕." 배우 설경구가 유튜브 채널 '시즌비시즌'에서 웨이브 춤을 춘다. 영화 '유령'의 주연 배우(설경구·이하늬·박소담·박해수·서현우)들이 총출동한 영상은 마피아 게임을 하고 함께 밥을 먹은 것뿐인데, 조회수가 159만(23일 기준, 지난 1월 초 업로드)을 넘었다. 박해수는 따로 '빠더너스' 채널에도 출연했다. 코미디언 문상훈과 나란히 앉아 조곤조곤 수다를 떨었는데 "박해수 배우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네요" 등 호평이 이어졌다.
#2. 영화 '영웅' 홍보를 위해 채널 '문명특급'에 나온 김고은은 '훈녀 스킬'로 더 주목받았다. "(술자리에서) 다 같이 짠한 다음에 마음에 드는 사람이랑 한 번 더 짠해요" 하며 찡끗 웃는 김고은의 모습은 '술자리 플러팅'이란 이름으로 온라인상 화제가 됐다. 김고은은 "재재('문명특급' 진행자)씨가 '훈녀 스킬' 콘셉트를 단번에 잡아줬다. 이런 게 진짜 재능인가 싶더라"는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스타들이 유튜브로 모이고 있다. 전통적인 홍보 채널로 여겨졌던 TV 예능 프로그램 대신 유튜브 출연을 선택하는 것이다. 스케줄을 맞추기 힘든 데도 같은 소속사(BH엔터테인먼트·아티스트컴퍼니·스타쉽엔터테인먼트 등) 식구들끼리 다 함께 유튜브('채널 십오야')에 출연하기도 한다. 홍보 타깃 층인 2030이 TV보다는 유튜브를 선호하는 것도 큰 이유지만, 그 속엔 지상파와 유튜브 사이 뒤바뀐 방송 권력 지형도가 숨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JTBC ‘아는 형님’이나 SBS ‘런닝맨’ 등 소위 이야기하는 지상파 메인 프로그램보다도 유튜브 프로그램을 먼저 하자는 제안을 할 정도로 우선순위가 많이 바뀌었다”고 털어놓았다. 바꿔 말하면 이제는 TV엔 마땅히 출연할 프로그램이 없다는 뜻이다. TV 예능 프로그램들을 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그나마 눈길을 끄는 것은 일반인들이 대거 등장하는 연애 프로그램(ENA·SBS Plus '나는 솔로')이나 관찰 예능(SBS '동상이몽', MBC '나 혼자 산다' 등) 정도다. 하지만 혼자 살거나 부부여야 하는 등 여러 조건이 부합해야 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오히려 자연스럽게 영화를 홍보하면서도 배우들이 출연할 수 있는 지상파 예능은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홍보 스케줄을 잡을 때, 배우에게 먼저 '어떤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고 즐겨 보느냐'고 묻기도 한다. 김고은의 '문명특급', 박해수의 '빠더너스' 출연 역시 각 배우의 선호도가 반영된 선택이었다. 비교적 자유로운 환경의 유튜브에서 스타 본연의 매력을 드러내 거꾸로 TV 예능의 러브콜을 받는 사례도 있다. 배우 한가인은 ‘문명특급’에서 일명 ‘은은한 광기’를 드러내며 신비주의를 깼다. 이후 SBS ‘서클 하우스’ 등에 섭외되며 '예능 샛별'로 떠올랐다. 또 다른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방송과 비교할 때 유튜브는 압축적으로 촬영해 '인풋'이 덜 들어가면서도 팬층이 두터운 채널이 많아 결과가 좋다는 점을 배우들에게 많이 강조한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유튜브 출연을 저평가하는 분위기가 바뀐 건 분명하다. ‘문명특급’의 경우엔 2021년 영화 ‘미나리’ 홍보를 위해 배우 윤여정이 출연한 뒤 배우들 사이에서 “리스크 없는 채널”이라는 이미지가 구축됐다. 당시 윤여정이 진행자 재재를 향해 “인터뷰를 많이 해봐서 아는데, 많이 공부했다. 얼마나 애썼겠냐”며 건넨 칭찬이 여러 배우들의 인상에 깊이 남았다는 후문이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대중도 스타들이 지상파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출 때 '또 홍보하러 나왔나 보다' 정도로 여기게 됐다"면서 "진정성 측면에서도 지상파보다 유튜브가 앞서게 된 셈"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