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제정안의 국회 통과가 초읽기에 들어가자 정부가 속앓이하고 있다. 간호법에 강하게 반발하는 의사단체가 등을 돌릴 경우 의대정원 확대와 비대면 진료 논의가 좌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법안 통과를 막을 명분이 마땅치 않고, 오랜 간호사들의 요구도 외면하자니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20일 국회에 따르면 간호법 제정안은 27일 열릴 예정인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지난 7일 본회의에 직회부된 만큼, 여소야대란 국회 지형을 고려하면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
의사단체는 국회 통과를 막겠다며 본격적인 세 과시에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는 26일 간호법 저지를 위한 총궐기 대회를 연다. 다른 의료계 직역단체도 총궐기 대회에 동참한다.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이날 "400만 회원의 총궐기 참여를 적극 독려한다"며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간호사단체와 다른 의료단체 간 갈등이 격화될수록 난처한 건 보건복지부다. 법안 처리 필요성을 호소하거나 반대 의견을 낼 수도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에서 간호법안 처리 필요성을 강조하며 국회를 설득한 건 다름 아닌 복지부였다.
간호법안은 간호사의 업무 범위 명확화, 인력 확보를 위한 처우 개선 등을 골자로 한다. "고강도 업무와 열악한 근무 환경 탓에 근속연수가 짧아 숙련된 간호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간호단체의 요구로 만들었다. 그러나 의협과 간호조무사협회 등 다른 직역은 의료법에서 간호사에 대한 내용만 따로 떼어내 별도 법안을 만든 건 특혜라고 주장한다. 법 제정을 빌미로 간호사들이 독자적인 의료 행위에 나설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복지부는 이미 "간호사들의 독자 의료행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지난해 5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당시 류근혁 복지부 2차관은 "의사 지시하에 의료행위를 할 수 있어 간호사의 단독 개원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가장 걱정하는 건 겨우 물꼬를 튼 의대정원 확대와 비대면 진료 논의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의협과 의료현안협의체를 만들어 이제 막 논의를 시작했지만, 의협은 간호법안 처리에 반발해 협의체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국회가 가결할 경우 공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넘겨진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법안을 무산시킬 수 있다. 그러나 간호단체의 반발로 갈등이 장기화되는 것 또한 부담이다. 복지부는 일단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