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고객 예탁금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4년간 2조 원에 육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객이 투자처를 찾는 동안 맡긴 돈을 활용해 증권사들이 대금업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린 것인데, 정작 고객에게 돌아간 몫은 6,000억 원 수준에 불과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 20일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30곳이 2019~2022년 사이 고객이 맡긴 예탁금으로 벌어들인 수입은 총 2조4,670억 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금융사가 고객에게 지급한 이자는 5,965억 원에 그쳤다. 나머지 이자 수입 1조8,705억 원은 증권사가 챙겼다는 뜻이다.
대형 증권사 쏠림 현상도 두드러졌다. 해당 기간 증권사 고객 예탁금은 총 202조7,253억 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과반인 112조1,865억 원(55.3%)을 5대 증권사(미래에셋·NH투자·한국투자·삼성·KB증권)가 차지하고 있다. 5대 증권사가 같은 기간 벌어들인 수익도 1조4,758억 원으로, 전체 증권사 예탁금 수익의 59.8%에 달했다.
증권계좌에 예치된 고객 예탁금은 증권사에 '저위험 수익' 창구다. 관련 법에 따르면 증권사는 예탁금을 한국증권금융에 전액 신탁 또는 예치해야 하고, 한국증권금융은 이를 투자해 얻은 수익금을 증권사에 배분한다. 고객이 예치한 돈을 빌려주고 수익을 챙기는 것으로, 예대금리차를 이용해 '앉아서 이자놀이'를 하는 은행권 행태와 비슷한 셈이다.
고객이 맡긴 돈을 굴리면서도 정작 고객에게 돌려주는 이자는 크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실제 2020년 말부터 작년 말까지 증권사가 예탁금으로 챙긴 수익률은 0.8~1.94%에 달했다. 같은 기간 고객의 예탁금 수익률이 평균 0.2%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4~9.7배나 많다.
양 의원은 "증권사들은 고객이 맡겨 놓은 예탁금으로 위험부담 없이 4년 만에 2조 원 가까운 이익을 벌어들였다"면서 "이익 금액을 예탁금 주인인 고객에게 적정하게 돌려주도록 이익 배분에 관한 가이드라인 또는 증권사별 공시제도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