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당국 전방위 압박에... '10조 원' 토해낸 은행들

입력
2023.02.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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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은행 과점 개선 TF 이달 출범
은행권 '사회공헌' 발표에 '부풀리기' 논란
당국 "성의 보인 것은 인정해줘야"

윤석열 대통령이 금리인상기 이른바 '돈 잔치'를 벌인 시중은행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인 가운데 금융당국이 현재 과점 체계로 굳어진 은행 구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은행권은 3년간 10조 원 규모의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오히려 '부풀리기' 논란에 휩싸였다.

이달 중 개선 TF 구성… 상반기 안에 결과 도출

금융위원회는 15일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구성 계획을 보고했다. 해당 TF는 국내 대출시장의 70%를 차지하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과점 구도 개선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막대한 이자수익뿐만 아니라 과도한 성과급 체계 역시 개선 대상에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은행권 경쟁 촉진 및 구조 개선 △성과급·퇴직금 등 보수 체계 △손실 흡수 능력 제고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사회공헌 활성화 등 사실상 기존 5대 은행이 과점 구도에서 누렸던 모든 관행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이달 중 TF를 출범시켜 상반기 안에는 제도 개선 방안을 도출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도 이날 올해 검사 계획을 밝히면서 '대출금리' '지배구조' 점검에 방점을 찍었다. 검사를 통해 직접적으로 민간 회사인 은행들의 대출금리를 낮추거나 이사회 운영체계 개선을 강요할 순 없겠지만, 모범사례들과 비교해 개선을 압박하겠다는 취지다.

본전도 못 찾은 은행들… "억울합니다"

은행들은 서둘러 취약계층 지원 대책을 내놨다. 은행연합회는 3년간 10조 원 이상의 '은행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이날 밝혔다. 구체적으로 △은행권 공동 사회공헌 사업(3조 원) △신용보증기금 등 특별출연(3조 원) △서민금융 공급(4조 원)이다.

그러나 곧장 '부풀리기' 지적이 쏟아졌다. 실제 은행권 주머니에서 추가로 나오는 재원은 7,800억 원인데 공급 효과를 기준으로 10조 원까지 과대포장했다는 것이다.

은행권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은행권은 최근 3년간 연평균 1조 원 정도를 사회공헌에 썼는데, 7,800억 원은 연간 기준 26%에 해당하는 금액이라는 것이다. 또 신용보증기금 등을 활용하면 출연액 대비 공급 효과가 극대화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재원 자체를 숨겼으면 '부풀리기'지만 재원과 공급 효과를 병기했다"며 "금융당국이 정책을 발표해도 출연금 기준이 아닌 공급 효과를 기준으로 삼는다"고 강조했다. 당국 관계자 역시 "은행권에서 성의를 보인 것은 인정해주는 게 맞다"며 "다만 실제 계획에 따라 집행하는지 유심히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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