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0일 오후 3시 40분. 전북 전주시 에코시티 내 호수인 세병호에서 "살려달라"는 다급한 목소리가 퍼졌다. 꽁꽁 언 줄 알고 발을 디뎠던 호수의 얼음이 깨져 차디찬 물에서 허우적대는 중학생들 목소리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전주시 최저기온은 영하 6도로 오전만 해도 얼었을 법한 날씨였지만 사고 시간에는 영상(최고기온 3도)으로 올라가 해빙이 이뤄진 탓이다.
학생들의 심상찮은 외침은 휴일을 맞아 산책을 하던 소방관 김형학(43)씨 귀에 닿았다. 남원소방관 소속 김 소방위는 수심 2m가 넘는 호수에 머리만 내놓은 채 소리를 지르던 학생들을 보자마자 119구조대에 신고했다. 그러고는 호수 근처에 있던 구명환을 던져 한 명의 안전을 확보한 뒤 호수에 몸을 던져 다른 한 명 구조에 나섰다. 자칫 깨진 얼음판 아래로 잠길 경우 체온 유지도 어려울뿐더러 구조 시간도 더뎌지기 때문이다.
김 소방위의 살신성인 노력에 구조대가 도착한 뒤 나머지 학생도 무사히 물 밖으로 빠져나왔다. 포스코청암재단은 학생들을 구한 김 소방위를 '포스코히어로즈'로 뽑았다고 15일 밝혔다. 김 소방위는 "구조 이후 건강을 찾은 학생들이 고마움을 전하겠다며 찾아왔을 때 소방관으로서 보람과 책임감을 느꼈다"며 "언제 어디서나 소방관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포스코청암재단은 김인철(32), 박화영(27), 신용성(36)씨도 시민영웅으로 선정했다. 김씨와 박씨는 지난해 12월 23일 광주광역시 일대에 내린 폭설로 도로 교통이 마비되자 눈길에서 바퀴가 헛도는 차량들을 7시간 넘게 밀어 주면서 교통 정리를 했다. 당시 광주에는 순식간에 많은 눈이 쏟아져 차량들이 길 위에 그대로 멈춰서 도로 정체가 심각했는데 이들의 도움으로 통행이 빠르게 정상으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 광산경찰서 소속 경찰(경위)인 박씨는 김 소방위와 마찬가지로 쉬는 날이었음에도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고 한다. 도로 인근 타이어 가게를 운영하던 김씨도 박 경위와 함께 운전자들을 도왔고 두 사람의 헌신에 당시 현장에 있던 여러 시민들은 고마움을 전했다고 한다.
신씨는 같은 날 비슷한 지역에서 도로 눈 치기 작업에 나섰다. 그는 언덕에 있는 아파트 주변 교통은 물론 걷는 길까지 막히자 본인의 건설기계 차량(스키드로더)을 가져와 2시간 넘게 제설작업을 벌였고, 주민들은 안전하게 도로와 보행로를 이용할 수 있었다. 신씨는 "주민들의 '수고한다, 고맙다' 는 인사에 더 고마운 마음이 들어 추운 줄도 모르고 눈을 치웠다"고 했다.
포스코청암재단은 히어로즈로 뽑힌 시민들에게 상패와 지원금을 전했다. 이들 4인을 포함해 2019년부터 뽑힌 포스코히어로즈는 77인으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