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5일 통신·금융 업계에 서민들의 고통 분담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올해 상반기 인상 예정이었던 공공요금을 동결하고 에너지 요금에 대한 인상 폭을 최대한 조절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물가·금리 급등, 에너지 요금 인상 등 체감 경기 악화에 따른 민심이 동요하자, 민생 경제에 집중해 국정 동력을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공공요금·에너지 요금·통신 비용·금융 비용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4대 분야 지출의 부담 완화 방안을 점검했다. 회의에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등 관계 부처 장관이 총출동했다.
우선 윤 대통령은 도로·철도·우편 등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공공요금을 상반기까지 동결할 뜻을 밝혔다. 이어 지방정부에 대해서도 "지방 공공요금 안정을 위해 함께 노력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예정됐던 버스·지하철 요금 등에 인상 자제를 촉구한 것이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브리핑에서 "중앙정부는 민생 안정을 위한 지방정부의 협력과 고통 부담에 상응하는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특별교부세 추가 지급 등 인센티브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윤 대통령의 발언 이후 오는 4월 예정돼 있던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하반기로 연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신·금융 비용 절감을 위해 관련 업계에 경쟁 시스템 도입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통신과 금융 분야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과점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정부의 특허사업"이라며 "서민 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인 만큼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 노력과 함께 업계에서도 물가 안정을 위한 고통 분담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점 체제인 금융·통신업계의 실질적인 경쟁시스템 강화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고 그 결과를 별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금융 비용과 관련해선 "은행 산업의 과점 폐해가 크다"며 "금융 부담 완화를 위해 예대마진(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 차이) 축소, 취약 차주 보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에 은행의 성과급 등 보수 체계 및 금리 체계 등 은행의 경영 전반을 개선하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이달 중 출범시킬 계획이다. 다음 달 내놓을 예정인 긴급생계비 대출의 금리 수준을 최저 연 9.4%까지 낮추는 취약 차주 금융부담 완화 방안도 마련했다.
윤 대통령은 통신 비용에 대해서도 "통신요금 선택권 확대와 통신시장 경쟁 촉진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최 수석은 "금융과 통신 모두 민간 기업이지만 정부의 인허가를 받아 진입 장벽이 있다"라며 "경쟁 촉진을 위한 정부 노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통신시장 경쟁 촉진을 위해 제4이동통신사의 시장 진입을 유도하는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최 수석은 '통신 업계의 경우 제4이동통신사' 출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모든 대안을 열어두고 검토 과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가스 등 에너지 요금은 인상 속도를 조절한다. 윤 대통령은 "서민 부담이 최소화하도록 요금 인상의 폭과 속도를 조절하고, 취약계층을 더 두텁게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최 수석도 "서민 부담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인상 속도를 완만하게 늦추고,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부연했다.
취약 계층 대상 난방비 지원도 확대된다. 이번 겨울에 한해 등유나 LPG를 이용하는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을 대상으로 도시가스와 지역난방 이용자 수준(59만2,000원)의 지원이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