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 인상 시기를 하반기로 미룬다.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교통비 인상까지 겹칠 경우 시민들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동결 요청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는 15일 당초 4월 말 예정했던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하반기로 늦추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대중교통 요금 인상 계획을 공식화한 시는 지난 6일 서울시의회에 의견청취안을 제출했고, 10일에는 공청회까지 열었다. 이를 토대로 다음 달 물가대책위원회 심의를 거쳐 인상안을 확정한 뒤 4월 말부터 적용 예정이었다. 요금 인상폭은 300~400원이 유력했다.
하지만 고물가 부담이 발목을 잡았다. 시 관계자는 “난방비 폭탄과 가스ㆍ전기 요금 인상 등 고물가로 가중되는 서민 가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시기를 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의 고민은 지난 8일 ‘시내버스 거리비례 운임제’ 도입 계획을 반나절 만에 철회할 때부터 감지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공요금 동결 요청이 결정적이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도로, 철도, 우편 등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공공요금은 최대한 상반기 동결 기조로 운영하겠다"며 "지방정부도 민생 안정의 한 축으로서 지방 공공요금 안정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서울시의 결정이 다른 시도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만큼, 여당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이 윤 대통령 요청을 지나칠 수 없었다는 관측이다. 더구나 오 시장은 무임승차 손실 보전에 대한 중앙정부 지원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일단 하반기로 인상 시기를 늦췄기 때문에 이에 대한 설득 시간도 벌 수 있게 됐다. 오 시장은 지난 10일 열린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도 윤 대통령에게 '기획재정부가 도와주면 대중교통 요금을 200원만 올릴 수 있다'는 취지의 건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시는 대중교통 요금 인상 자체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물가대책위 심의 시기가 늦춰질 수 있지만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위한 행정 절차는 하반기에 맞춰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