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밀린 세금 있어요?"... 집주인 무조건 알려 줘야

입력
2023.02.14 15:00
관련 법안 국회 제출... 이르면 상반기 시행
나쁜 임대인 명단 공개 법안도 국회 통과

이르면 상반기부터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체납 정보 등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법에 신설된다. 전세보증금을 온전히 내줄 수 없는 불량 집주인을 거르기가 한결 수월해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전세사기 방지 후속 대책으로 이런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14일 밝혔다. 정부는 곧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데, 여야 이견이 없는 터라 상반기 국회 통과를 자신하고 있다. 정부는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해 국회만 통과하면 유예기간 없이 바로 시행할 예정이다.

정부 구상대로 상반기에 법이 개정되면 세입자는 계약 전 집주인에게 '선순위 임차인' 정보와 '납세증명서'를 요구할 수 있다. 지금은 세입자가 요구했을 때 집주인이 거부하면 그만이지만, 앞으로는 법에 세입자 권한으로 명시돼 집주인은 세입자 요구를 반드시 따라야 한다. 만약 집주인이 납세증명서 제출을 거부하면, 세입자가 과세관청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선순위 임차인 정보는 다주택자 집주인이 세놓은 집에 들어갈 때 반드시 필요하다. 파산한 집주인의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가장 먼저 밀린 세금(조세채권)을 갚고, 전·월세 계약 순서(선순위 채권·다가구주택 기준)대로 보증금이 분배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개정안엔 전세금을 떼인 세입자가 보증기관으로부터 전세금을 신속히 반환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도 담겼다. 보증금을 반환받으려면 임차권 등기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

전세보증금 최우선변제 범위와 금액도 넓혔다. 현재 서울은 1억5,000만 원 이하 주택은 최대 5,000만 원까지 우선변제받을 수 있게 돼 있는데, 이를 각각 1억6,500만 원 이하와 5,500만 원 이하로 넓힌 것이다. 이는 설령 전세보증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법이 정한 수준까지 우선변제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날 전세금을 떼먹은 임대인 명단을 공개하는 내용의 '주택도시기금법'과 전세사기로 형벌을 받은 이는 임대사업자 등록을 금지하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도 국회를 통과했다. 전세사기 방지를 위한 후속 법안들도 속속 국회 문턱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조만간 법안 공포를 하면 안심전세앱 등에서 악성 임대인 명단과 인적사항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김동욱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