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SSG 구단주의 야구 사랑이 좀처럼 꺾이지 않는다. 야구가 열리는 시즌 때 인천 홈경기를 셀 수 없이 ‘직관(직접 관전)’하더니, 비시즌엔 머나먼 미국 스프링캠프까지 선수단을 찾아갔다. 야구에 진심인 정 구단주를 보고 선수들이 깜짝 놀랄 정도다.
스프링캠프 훈련장을 둘러본 정 구단주는 1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비로비치의 재키 로빈슨 트레이닝 콤플렉스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야구 철학을 취재진에게 밝혔다. 정 구단주가 언론 앞에 선 건 극히 이례적이다.
야구팬들에게 ‘용진이 형’으로도 불리는 정 구단주는 “선수들이 최고의 성과를 내도록 지원하고 응원하는 게 구단주의 역할”이라며 “구단 운영은 대표, 단장, 감독 등 야구 전문가에게 맡기고 권한과 자율성을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로야구가 결국 가야 할 길은 산업화인데 구단들의 열정이 식어가면서 그 길이 희미해지고, 어려워진 것 같아 안타까웠다”며 “우리가 야구판을 선도해서 야구의 산업화로 가는 길에 일조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실제 정 구단주는 구단 인수 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약 40억 원을 들여 사우나 시설을 완비한 메이저리그급 클럽하우스로 만들었고,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을 직접 집으로 초청해 식사를 대접하기도 했다. 전력 안정화를 위해서도 통 크게 지갑을 열고 김광현(4년 151억 원) 박종훈(5년 65억 원) 한유섬(5년 60억 원) 등에게 거액을 안겼다.
정 구단주는 적극적인 투자에 대해 “다른 구단들에 선례가 될 수 있다”며 “투자와 관심 확대로 한국 프로야구 전체의 수준이 높아지는 게 정말 내가 바라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하는 투자가 ‘통 큰 투자’라고 생각되는 것 자체가 아쉽다”며 “앞으로 우리 구단의 투자가 통 큰 투자가 아닌 ‘최소 투자’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정 구단주가 다양한 스포츠 종목 가운데 야구단 창단을 결정한 배경은 유통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공교롭게도 야구장에 오는 팬들과 우리 기업의 고객이 동일했다. 야구장에 오는 팬들은 아침에 스타벅스에 가고, 오후에 이마트에서 쇼핑을 하고, 신세계푸드에서 식품을 먹는 등 하루 동안 우리 사업장을 이용하는 고객”이라며 “그만큼 야구는 유통업과 직접적인 시너지가 난다. 시간을 점유하는 점, 소비자 접점이 크다는 점에서 유통업과 잘 맞는 스포츠가 야구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프로야구 구단주 가운데 현장 출석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정 구단주는 “야구장에 가서 우리의 진정성과 기업의 상품이 고객에게 전달되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또 선수들이 어떤 환경, 분위기 속에 경기를 뛰는지 알아야만 내가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직관은 정말 중요하다”며 “TV로는 볼 수 없는 무언가가 항상 있다’”고 강조했다.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미국 스프링캠프를 찾은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정 구단주의 야구 열정은 선수들도 피부로 느낀다. 투수 박종훈은 “미국 스프링캠프까지 방문하신 구단주는 이례적인 것 같다. 선수 생활 동안 스프링캠프까지 오신 구단주님은 처음”이라며 “선수들에게 더 큰 힘과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내야수 박성한은 “구장에서만 구단주님을 많이 뵀는데 이렇게 미국에서 뵈니 더 감회가 새롭다”면서 “그만큼 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많으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했다.
2022시즌 한국시리즈 우승 뒤 헹가래를 받고 중독됐다고 밝힌 정 구단주는 올해도 어김없이 우승을 바라본다. 야구 전문가들이 전망한 ‘3강 4중 3약’의 2023시즌 판도에서 SSG가 4중에 포함된 것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정 구단주는 “우승이 목표가 아닌 팀은 없다”며 “작년에도 우승 후보는 아니었는데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우리는 지난 시즌 개인 타이틀이 없는 우승 팀으로 작년과 비교해 비슷한 전력을 유지하고 있고, 작년처럼만 한다면 우승을 다시 꼭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마지막으로 정 구단주는 “지난해 우승 소감에서 홈 관중 1위(98만1,546명)가 제일 기뻤다고 했다”며 “이는 올해도 가장 욕심나는 타이틀이다. 이왕이면 100만 관중도 넘겼으면 한다”고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