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로부터 소송을 당한 일본 기업들이 항소심에서 무대응으로 일관하자 법원이 서류를 공시송달하고 5월부터 재판을 시작하기로 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송모씨 등 강제동원 피해자 17명이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7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을 맡고 있는 서울고법 민사33부(부장 구회근 박성윤 김유경)는 지난달 31일 공시송달 명령을 내렸다.
공시송달은 소송 상대방이 서류를 받았다는 사실 확인이 어려운 경우 법원이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송달할 내용을 일정 기간 게재한 뒤 당사자에게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현행법상 공시송달은 2개월 후 효력이 발생한다. 그 후엔 일본 기업들이 응답하지 않더라도 판결을 내릴 수 있다.
재판부는 지난해 8월과 10월 두 차례 재판을 열려고 했지만 일본 기업들 측에 소송 서류가 전달되지 않아 무산됐다. 피해자 측은 "일본 정부에 소송장을 보내면 피고 기업들에 전달해야 하는데 일본 정부가 (서류를) 아예 안 받는다"고 비판했다.
해당 소송은 1심 재판부가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낼 권한이 없다'는 취지로 배상 청구를 각하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강제동원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다른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8년 강제동원 피해자 4명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재상고심에서 "기업이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각 1억 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김모씨 등 피해자 63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또 다른 손해배상 소송 서류도 공시송달했다. 재판부는 두 사건 첫 변론기일을 5월 11일로 정했다.
현재 국내 강제동원 피해 배상 소송 중 3건이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았다. 나머지 67건은 각급 법원에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