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도중 잠적했던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처럼 1심 선고 직전 캐나다로 도주했던 사기범이 4년 만에 현지에서 검거돼 이번 주 국내로 송환된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 국제협력담당관실은 허위 전세계약서로 수억 원대 은행 대출금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 50대 남성 정모씨를 14일 한국으로 압송한다.
정씨는 2016년 인천 소재 자신의 아파트를 친형 명의로 속여 허위 전세계약서를 작성하고, 은행에서 전세자금 대출금 3억6,000만 원을 받아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씨는 2019년 4월 결심공판까지 재판을 받았지만, 선고 일정이 잡힌 뒤 캐나다로 출국했다.
정씨는 아파트를 여러 채 보유한 투자가로 알려졌다. 아파트를 사들이며 쌓인 빚이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아파트를 친형 명의로 속여 은행에서 대출금을 받아냈다.
정씨는 친형을 임대인으로 한 허위 전세계약서를 은행에 제출해 전세자금으로 3억 원가량을 대출했다. 2018년 5월엔 해당 아파트를 매각해 수익을 얻었지만 대출금을 갚지 않았고, 결국 사문서위조와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정씨가 도피하자 재판을 5번 미뤘다가 2020년 1월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검찰은 정씨가 실형 선고와 법정 구속을 우려해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판단했다. 현행법상 선고되기 전 해외로 도주한 경우 형의 집행시효는 공소제기일 기준으로 25년이다. 기소된 뒤 25년간 숨어 있을 수 있다면 죗값을 치르지 않을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1997년 5억6,000만 원 사기 행각을 벌인 한 피고인은 기소 직후 해외로 도망갔다가 최근 면소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정씨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리는 한편, 캐나다 국경관리청(CBSA・Canada Border Services Agency)과 곧바로 검거에 나섰다. CBSA는 출입국과 불법체류자 관리 업무를 하는 정부기관이다. 4년 가까운 추적 끝에 CBSA는 지난해 여름 정씨를 불법체류 혐의로 검거했고, 캐나다 법원은 정씨에게 강제추방을 명령했다. 한국 검찰과 CBSA와의 공조는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정씨처럼 재판 중 외국으로 도망가는 범죄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형벌의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 도중 잠적하거나 실형이 확정된 뒤 신병이 확보되지 않아 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2019년 4,413건에서 2021년 5,340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법무부는 최근 이들의 재판 시효를 정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