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늘어났다는데, 경기 침체 우려는 왜 더 커졌을까?'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는 미국의 현 상황을 둘러싼 의문이다. 미국의 1월 일자리는 시장 전망치의 3배에 육박하는 51만7,000개 증가하고, 실업률도 54년 만에 최저치인 3.4%를 기록했다. 이런 경제 지표가 최근 공개되자, 올해 미국 경제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우려는 주가에도 즉각 반영됐다. 연초 약세장이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지난달 랠리를 이어오던 뉴욕 증시는 고용시장 지표 공개 뒤 하락세로 전환했다. 9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대표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 지수는 각각 0.88%, 1.02%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다. 이틀 연속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일자리가 늘고, 실업률이 최저치'라는 좋은 소식에도 주가가 하락하는 이유는 미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행보와 연관이 깊다. 연준은 미국의 높은 물가상승률을 잡겠다며 지난해 3월부터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는 '긴축'을 단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불과 1년 만에 미국의 기준금리는 0.5%에서 4.75%로, 무려 4.25%포인트나 껑충 뛰었다.
금리 인상은 물가를 잡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경기 활력을 꺾어버리는 부작용도 유발한다. 금리 인상으로 시중에 유동 자금이 줄어들면 과열됐던 경기가 진정되는데, 이때 긴축 수준을 적절히 조절하지 못하면 경기가 침체되는 것이다. 돈 구하기 어려워진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고, 이는 고용 축소로 연결돼 다시 가계 소비도 줄어드는 악순환도 발생한다.
미국의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쪽에서는 바로 연준의 이 과도한 긴축을 주된 이유로 든다. 1년 사이 4%포인트 이상 급격히 금리를 올렸는데 미국 경제가 이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아직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미 연준이 고용시장 호조를 이유로 향후 더 금리를 올리면 미국 경제는 침체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도 한다. 고용시장이 건전하다는 좋은 경제 지표가 오히려 미국 경제를 어둡게 전망하는 근거로 작용한 배경이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언론들은 건전한 고용시장 지표를 긍정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미국 경제 반등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1년간의 급격한 긴축에도 미국 고용시장이 견뎌냈다는 건 미국 경제가 그만큼 튼튼하다는 방증이라는 이유에서다. NYT는 "고용시장 호조와 더불어, 주택 시장도 회복될 조짐을 보인다"며 "이를 근거로 많은 경제학자들이 미국 경제 침체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고용 지표 개선 자체보다도 어디서 일자리가 늘어났는지, 즉 노동 시장 회복의 질적 측면에 주목했다. 팬데믹 기간 급격히 덩치를 불린 빅테크 기업들이 최근 대규모 감원에 나섰지만, 경제 밑바탕인 서비스와 소매 부분은 직원 채용을 늘려 경제에 활력이 돌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레스토랑과 술집(바)에서 9만9,000개의 일자리가 증가했다. 이런 현상은 병원 등 의료 산업(5만8,000개)과 소매업체(3만 개)도 마찬가지다.
WSJ는 "이는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대규모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감원에 따른 피해를 상쇄하고 남는 수준"이라며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들은 노동시장 개선을 이유로 올해 미국 경제 침체 가능성을 35%에서 25% 수준으로 낮췄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