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이 산하 강력범죄수사대와 마약범죄수사대를 통합하고 반부패ㆍ공공범죄수사대를 분리하는 조직 개편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 초 죄종별 수사 역량을 강화하겠다며 기존 지능범죄수사대와 광역수사대를 총경급 지휘를 받는 4개(반부패ㆍ공공/금융/강력/마약) 범죄수사대로 확대 재편한 지 2년 만이다.
범죄 추세에 맞춘 수사조직 개편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다만 최근 마약범죄가 급증하고 정부도 발본색원 의지를 밝힌 마당에, 전담조직 축소로 비칠 수 있는 개편 방향은 수사 역량을 저하시킬 것이란 우려가 크다.
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청은 지난달 9일 이런 내용의 조직개편 검토안을 내부 직원에게 알리고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반부패ㆍ공공범죄수사대를 분리한 것이 가장 눈에 띈다. 반부패는 고위공무원 부패범죄 등 특수 수사를, 공공범죄는 선거, 노동, 중대산업재해 등의 분야를 맡는 구조다. 대신 강력범죄수사대와 마약범죄수사대를 합치고 금융범죄수사대는 경제범죄수사대로 명칭이 변경된다. 별도의 광역수사지원계 신설도 논의되고 있다.
서울청이 개편에 나선 건 새 정부 출범 후 정치권 등 주요 인사 관련 사건 대부분이 반부패ㆍ공공범죄수사대에 배당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목도와 정치적 파장은 큰데, 업무가 몰리다 보니 수사가 지연되고 인지수사 역량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서울청은 진행 중인 경정 이하 인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경찰청과 협의를 거쳐 시행령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문제는 민생 대응이다. 특히 마약범죄 수사가 걱정된다. 최근 일상 깊숙이 파고든 마약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윤희근 경찰청장도 마약사범 근절을 ‘국민체감 2호 약속’으로 내걸 만큼 정부 차원에서 역점을 두는 현안이다.
하지만 개편안이 시행되면 마약범죄수사대는 ‘계’로 조직의 격이 한 단계 낮아지게 된다. 당연히 예산, 인사 등에서 불이익을 볼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지휘부와 현장의 갈등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청 관계자는 “소속만 바뀔 뿐 마약계는 수사 인력이나 규모를 전혀 줄일 계획이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반면, 일선 수사관은 “조직 수장의 계급이 총경에서 경정으로 낮아지는데 어떻게 영향이 없을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실제 이번 개편은 증원 없이 광역수사단 안에서 인력을 재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패범죄 수사 인력이 늘어나는 만큼, 다른 수사 인력은 줄어드는 구조다. 현재 마약범죄수사1ㆍ2계와 국제범죄수사1ㆍ2계로 짜인 마약범죄수사대 체계에서 외국인 범죄를 수사하는 국제범죄수사계를 하나 없애는 세부안도 거론되고 있다. 수사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외국인 범죄 수사는 통역 등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라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광역수사단 수사관도 “인사에 조직 개편까지 맞물려 분위기가 상당히 어수선하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