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히스토리] 템페스트로 시작되어 대우에 방점을 찍은 ‘폰티악 르망’ 모델 히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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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9 07:32

20세기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미국 자동차 산업은 하나의 그룹이 여러 브랜드들을 운영하며 ‘같은 차량’을 여러 방식으로 판매하고, ‘한 차량의 고급 사양’을 독자 모델로 독립시키는 등의 독특한 모습을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그룹인 GM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러한 차량 중에 국내 자동차 업체와도 관계가 깊은 차량이 있었다. 바로 폰티악(Pontiac) 브랜드의 ‘르망(LeMans)’이 이러한 주인공 중 하나다.

과연 폰티악 르망은 어떤 역사와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1961~1963 // 화려함으로 시작한 첫 번째 르망

폰티악의 첫 번째 르망은 완전한 ‘독립 모델’이 아닌 ‘하나의 트림’에서 시작되었다.

1961년, 폰티악의 컴팩트 모델 중 하나이자 많은 인기를 누렸던 템페스트(Tempest)에 새로운 힘을 더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더욱 화려하고 다채로운 요소들을 더한 ‘템페스트 르망’을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르망 트림이 인기를 얻으며 폰티악은 르망의 적용 범위를 넓혔다. 실제 1962년에는 컨버터블 사양에서도 르망 패키지를 더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인기 대문일까? 폰티악은 르망이 ‘독자 모델’로 판매될 수 있는 가능성을 검토했다.

결국 1963년, 폰티악은 르망을 템페스트와 분리하기로 결정하고 작지만 매력적인, 그리고 템페스트보다 상위 모델에 위치한 차량으로 포지셔닝했다. 이러한 배경 덕에 V8 5.5L 엔진이 더해지기도 했다.

1964~1967 // 체격을 키운 2세대 르망

템페스트가 ‘A 플랫폼’을 적용하며 체격을 키우자 ‘템페스트’의 파생 모델이라 할 수 있는 르망 역시 차량의 체격을 키웠다.

실제 2세대 르망은 기존 모델 대비 한층 긴 2,921mm에 이르는 긴 휠베이스를 갖추게 됐다. 커진 체격을 바탕으로 쿠페 및 컨버터블 외에도 세단과 스테이션 왜건의 ‘차체 구조’ 역시 새롭게 도입됐다.

커진 체격이지만 차량의 전면 디자인, 그리고 전체적인 구성 등은 당대의 폰티악, 그리고 르망의 디자인을 고스란히 유지한 모습이다. 대신 시대의 흐름에 맞춰 조금 더 직선적인 연출이 더해졌다.

외형의 차이는 있었지만 각종 요소들은 물론 실내 공간이나 구성 자체는 형제 모델이라 할 수 있는 쉐보레 셰빌, 올즈모빌 커틀라스, 뷰익의 스카이락 등과 많은 부분을 공유했다.

2세대 르망에는 3.5L 가솔린 엔진을 비롯해 3.8L 크기의 6기통 엔진과 함께 5.3L 및 6.4L 크기의 V8 엔진이 마련됐다. 여기에 후륜 구동의 조합을 통해 보다 우수한 운동 성능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1968~1972 // 시대의 흐름에 발맞춘 3세대 르망

1958년 데뷔한 3세대 르망은 당시 자동차 브랜드들의 기술 발전, 디자인 변화 기조를 반영했다.

플랫폼은 기존의 A 플랫폼을 그대로 유지했지만 더욱 스포티한 스타일로 다듬어지며 휠베이스가 일부 줄기도 했다. 차체 구조는 쿠페와 하드 톱 쿠페, 세단, 스테이션 왜건은 물론이고 컨버터블 등 다채로운 타입이 구성됐다.

여기에 폰티악 특유의 프론트 디자인이 한층 강조되든 스타일링을 앞세워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3세대 르망은 데뷔 이후 1970년, 1971년 그리고 1972년 등 매년 디자인 및 스타일 변화를 통해 도로 위에서 폰티악의 매력을 이끄는 존재로 활약했다. 더불어 차량에서 누릴 수 있는 기능 및 편의사양 또한 대폭 개선되었다.

1973~1977 // 늘어난 체격, 더욱 커진 매력 4세대 르망

1973년 데뷔한 4세대 르망은 기술적인 변화의 흐름, 그리고 미국에 더해진 새로운 안전 규정 등으로 인해 체격이 커졌다.

가장 큰 변화의 원인은 ‘안전 규정’에 있다. 실제 4세대 르망은 당대 미국에 출시된 모든 차량의 범퍼를 독특하게 만든 ‘5mph’ 범퍼를 적용했다. 덕분에 세단 및 스테이션 왜건 사양은 5,400mm에 이르는 전장을 갖게 됐다.

세단과 쿠페, 그리고 스테이션 왜건으로 차체 구조를 정리한 4세대 르망은 연식에 따라 소소한 차이가 있지만 폰티악 고유의 프론트 그릴을 더욱 명료하게 다듬어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여기에 전반적인 차량의 체급 및 품질을 한층 개선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였는데, 럭셔리(이후 그랜드), 스포츠, 그랜드 암 등과 같은 다채로운 트림 및 패키지 구성에 따라 고유의 매력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파워트레인은 당대의 흐름에 맞춰 V6 3.8L 엔진부터 V8 6.6L 사양까지 다채롭게 구성되었다. 특히 1977년, 한정적으로 판매된 ‘폰티악 캔 암’의 경우 더욱 강력한 V8 엔진을 바탕으로 우수한 출력, 사운드의 매력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1978~1981 // 오일 쇼크, 다시 작아지는 5세대 르망

5세대 르망은 4세대 르망의 단종에 이어 곧바로 등장했다. 하지만 시대는 달라졌고, 르망에 대한 기준, 기대치 역시 달라졌다. 특히 오일쇼크로 인한 ‘강제적인 다운사이징’은 피할 수 없었다.

이러한 배경으로 폰티악은 르망의 기본적인 플랫폼, 구동 방식은 유지했으나 차체의 크기, 포지셔닝을 대대적으로 수정했다. 실제 5세대 르망은 차량의 체격이 대폭 줄었으며, 휠베이스 역시 짧아졌다.

디자인의 경우 오일쇼크 무렵의 미국 자동차들의 전형적인 디자인을 따르는 모습이다. 이전보다 한층 단순하고 직선적인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폰티악 고유의 분할된 프론트 그릴은 그대로 유지됐다.

다운사이징의 기조가 반영되며 차량의 체격이 많이 작아졌지만 ‘파워 유닛’은 아직 꽤나 컸다. 실제 5세대 르망은 이전 세대와 큰 차이가 없는 V6 엔진 및 V8 엔진 등을 적용했다.

5세대 르망의 성과는 그리 좋지 못했고, 오일쇼크의 충격을 받은 GM은 그룹의 경쟁력 개선을 위해 여러 브랜드들의 포트폴리오를 개편, 통폐합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르망’ 역시 이러한 결정으로 인해 사라지는 듯 했다.

1988~1993 // 우리에게 익숙한 ‘르망’, 6세대 르망

GM의 결정으로 인해 역사 속으로 사라진 르망의 이름은 ‘비교적 짧은 공백’을 거친 후 다시 시장에 등장했다. 소형차 템페스트에서 시작되었던 르망을 돌이키듯 1988년 데뷔한 폰티악의 소형차에 부여된 것이다.

6세대 르망은 GM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던 이전의 르망과는 다른 차량이었다. 플랫폼 역시 오펠에서 가져온 소형차 전용의 GM T 플랫폼으로 낙점됐고, 구동 방식 역시 전륜구동으로 전환됐다.

보닛 아래에는 4기통 1.6L 엔진과 2.0L 엔진이 탑재됐고, 4단 및 5단 수동 변속기 그리고 3단 자동 변속기가 보다 효율적인 주행을 제공했다. 이러한 모습은 ‘지금까지의 르망’과는 다른 모습이었지만 ‘합리적인 소형차’로는 충분했다.

다만 이미 시장에는 우수한 완성도와 밸런스를 갖춘 일본산 소형차들이 많았기에 르망의 입지는 그리 탄탄하지 못했다. 결국 르망은 1993년, 6세대 모델의 단종으로 ‘긴 역사’에 방점을 찍게 됐다.

한편 6세대 르망이 익숙한 건 대우자동차를 통해 국내에 선보인 ‘르망’과 같은 차량이기 때문이다. 실제 차량의 생산 및 부품 등을 대우자동차에서 담당했다. 즉, 오펠의 노하우, 대우자동차의 생산력이 담긴 차량이다.

모클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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