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법쩐' 손은서의 또 다른 얼굴 [인터뷰]

입력
2023.02.14 10:24
손은서, '카지노'·'법쩐' 종영 인터뷰
최민식·김홍파·박훈에 전한 감사 인사

배우 손은서는 작품들에서 고운 미소 뒤 검은 욕심을 보여줬다. 그러나 현실의 그는 다른 얼굴을 갖고 있다. 드라마 속에서는 욕망으로 똘똘 뭉쳐 있었지만 인간 손은서는 주변 사람에게 '물욕이 없냐'는 질문까지 받는다.

손은서는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디즈니+ '카지노'와 SBS '법쩐'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카지노'는 우여곡절 끝에 카지노의 왕이 된 한 남자가 일련의 사건으로 모든 것을 잃은 후 생존과 목숨을 걸고 게임에 복귀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법쩐'은 법과 쩐의 카르텔에 맞서 싸우는 돈 장사꾼과 법률 기술자의 복수극이다.

임팩트 있는 '카지노' 김소정

손은서가 '카지노'에서 연기한 캐릭터는 두 얼굴을 지닌 김소정이다. 그는 본능적인 욕망을 드러내는 김소정의 모습에 깊은 끌림을 느꼈다. 감독은 김소정이 캐릭터들의 관계성을 어지럽히길 원했다. 손은서는 "극에서 내가 되게 갑작스럽게 죽는다. 죽는 쪽이 더 임팩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김소정이 맞이한 결말과 관련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인물들의 관계성을 생각하며 김소정 캐릭터에 애정을 쏟아부었고 더 큰 임팩트를 남기기 위해 고민했다.

'카지노' 속 베드신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손은서는 "처음 책을 받았을 때부터 있던 장면이다. 걱정도 했지만 소정 캐릭터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느꼈다"고 밝혔다. 베드신을 통해 김소정의 욕망이 크다는 사실을 강조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했다고도 이야기했다.

대본부터 재밌었던 '법쩐'

'법쩐' 또한 시청자들에게 손은서의 존재감을 각인시킨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그는 사채왕 명 회장(김홍파)의 딸 명세희를 연기했다. '법쩐'은 1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는데 손은서는 "대본부터 일단 재밌었다"고 말했다. '법쩐' '카지노'의 기운을 받아 좋은 작품으로 다시 대중을 만나고 싶다고도 했다.

손은서가 연기했던 많은 인물들이 깊은 욕망을 드러내온 상황이다. 실제 그의 성격은 어떨까. 손은서는 "난 행복과 평화를 추구해왔다. 잔잔하게 큰 이슈 없이 살려고 노력했다. 감정 기복도 크게 없는 편이다"라고 답했다. 주변에서 '물욕이 없냐'는 질문을 받았을 만큼 큰 욕심도 없는 편이지만 배우로서의 열정은 가득하다. 손은서는 "내겐 하지 못했던 역할을 맡고 작품에 계속 출연하는 게 중요하다. '다작 배우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작품에 치여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고 말했다.

손은서가 얻은 것들

손은서는 '카지노'와 '법쩐'으로 활약하면서 많은 것들을 얻었다. 그중 하나는 대중의 사랑이다. "젊은 친구들은 날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많은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는 아니지 않나. 그런데 '카지노' '법쩐'을 하니 '어디서 봤는데 누구였지'라고 반응해 주시는 분들이 생겼다"는 게 손은서의 설명이다. 그는 김소정 명세희로 살아가는 동안 쌓았던 추억들 역시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호흡을 맞춘 배우들은 그에게 힘을 주기도,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카지노'의 최민식은 배우들에게 캐릭터와 관련된 조언을 해줬다. 선배 최민식이 커피를 마시며 사담을 하듯 건네는 따뜻한 말은 손은서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손은서와 '카지노' '법쩐'에 함께 출연한 김홍파는 그를 딸이라고 불렀다. "선배님께서 잘 챙겨주셔서 편했다"는 손은서에게서는 김홍파를 향한 애정이 묻어났다. 손은서는 '법쩐'에서 부부 호흡을 맞춘 박훈과 관련해서는 "촬영 때 편하게 해주셨다. 주위에서 오빠가 멋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손은서의 터닝포인트

'카지노'와 '법쩐'을 마무리한 지금 손은서는 자신의 지난 연기 인생을 돌아봤다. 그는 "항상 아쉬움이 남았던 듯하다"고 털어놓으면서도 "최선을 다하며 지금까지 온 듯하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데뷔 후 연기를 알아갈 때 다양한 역할을 해봤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긴 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손은서는 현재가 자신의 터닝포인트라고 생각한다. 그는 "나도 조금씩 나이가 들고 이미지도 달라지지 않나. 중요한 시기가 온 듯하다"고 말했다. 인간 손은서로서는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길 원한단다. 그는 "올해는 가족끼리 소소하게 여행을 가보고 싶다. 시간을 잘 보낼 수 있길 바란다"며 미소 지었다. 열심히 달려온 손은서가 기분 좋은 변화들을 맞이할 수 있길 바란다.

정한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