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서귀포시 해안변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이 만들어낸 절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다 한가운데 우두커니 떠 있는 범섬은 파도에 부서진 햇살을 끌어안고, 먼 옛날 한라산 용암이 찍어낸 주상절리는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이달 말 제주 서귀포시 태평로에 개장하는 'JW메리어트 제주 리조트&스파'는 이처럼 제주의 자연과 시간을 공간에 담았다.
지난달 16일 막바지 개장 준비가 한창인 JW메리어트 제주를 가보니 호텔 구조부터 인테리어 소품, 객실 구성까지 제주의 특색을 보여주는 데 상당히 공을 들였다. 약 2만6,830㎡ 규모로 제주 해안가 주상절리 위에 지어진 호텔 로비에 들어서자 넓은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로비의 제주 감귤나무는 정취를 더했다.
호텔 객실에선 제주 바다와 범섬이 내려다보인다. 197개 객실 중 가장 높은 등급인 '파노라마 스위트 룸'에선 침대를 중심으로 세 면에 통유리창이 설치돼 바다에 빙 둘러싸인 느낌을 준다.
커피, 전통차 등을 제공하는 '티(Tea) 라운지'에선 제주시 한경면 조수리의 이름을 딴 음료 '조수리 블렌드'와 고사리빵, 화산섬 치즈케이크 등 '애프터눈 티' 상품을 내놓는다. 호텔 관계자는 "온전히 제주를 느낄 수 있게 자연과 문화, 역사를 보여주고 지역과 상생하는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위드 코로나'로 제주 관광객 수요 감소를 예상하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제주에 고급 호텔들이 속속 모여들며 경쟁의 열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보다 더 뜨겁다. 5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유명 호텔 브랜드들이 올해 제주 출점을 준비 중이다. 반얀트리그룹의 리조트 브랜드 카시아는 한라산 중턱 서귀포시 색달동에 휴양콘도미니엄 '반얀트리 카시아 제주' 개발을 위한 시공사 선정에 들어갔다. 고급 리조트 전문기업 아난티는 제주시 구좌읍에 대규모 숙박·레저 시설을 2024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제주 5성급 호텔은 신라호텔 제주, 롯데호텔 제주,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 제주, 제주신화월드 등 네 곳뿐이었다. 그러나 2020년 그랜드 하얏트 제주, 2021년 그랜드 조선 제주, 지난해 파르나스 호텔 제주가 문을 열면서 실적에서 좋은 성적표를 기록하고 있다. 파르나스 호텔 제주는 지난해 객실점유율(OCC)이 약 60%, 평균 객실료(ADR)가 40만 원을 웃돌면서 올해 매출액이 4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업계에서 제주 호텔 시장 전망을 장밋빛으로 보는 이유는 호텔 숙박 선호도 변화와 여행객 수요 회복 기대감 때문이다. 제주관광공사와 IBK 투자증권에 따르면 2021년 개별 여행객 지출 경비 62만 원 중 숙박비 비중은 24.9%다. 2019년 17.1%에서 2년 새 7% 이상 증가할 만큼 머무는 장소의 중요도가 높아졌다. 숙박시설 중 내국인의 호텔 선호도 또한 △2017년 39.9% △2018년 48.8% △2019년 50.5% △2020년 53.5% △2021년 53.7% 등으로 상승세다.
줄지 않는 내국인 관광객 수요도 제주 시장 기대감에 한몫을 하고 있다.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해외여행 빗장이 풀린 지난해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1,381만1,000여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1,356만 명보다 약 30만 명 더 많았다.
다만 외국인 관광객이 얼마나 빨리 돌아오느냐에 제주 관광 시장의 앞날이 달려 있다. 지난달 제주 방문 외국인 관광객은 총 1만4,764명으로 2019년 1월(10만6,713 명)의 10% 수준이었다. 코로나19 전인 2020년 2월부터 국제선 운항이 전면 중단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세 배 가량 증가했지만 여전히 과거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 해외 직항 노선이 재개되면 외국인 관광객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