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등 초고가 부동산이나 유명 미술품을 쪼개 조각투자할 수 있는 기술인 '토큰 증권'의 법적 기준이 마련된다. 앞으로 한우나 음악 저작권 등 유무형의 자산을 디지털 자산으로 변환한 뒤 주식처럼 사고파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금융위원회는 5일 토큰 증권 발행(STO)을 제도화하는 '토큰 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올 상반기에 관련 법인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토큰 증권은 쉽게 말해 디지털 주식이다. 블록체인이란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고가의 부동산이나 예술품 등 실물 자산의 지분을 여러 사람과 쪼개 소유하고, 거래도 할 수 있는 '디지털 티켓'이다. 일반 주식처럼 자산의 가치가 오르면 해당 자산 토큰 증권의 가치도 상승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단 비트코인과 같이 실물 자산의 가치와 관련 없는 암호화폐 등은 토큰 증권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간 토큰 증권의 법적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시장의 불확실성이 컸다. 지금껏 금융당국은 업체별 조각투자 상품이 '주식과 유사한 특성'(증권성)을 갖고 있는지를 두고 업체별로 판단을 내려왔다. 2017년부터 서비스한 뮤직카우의 음악 저작권 조각투자 상품에 대해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지난해 4월에야 증권성이 있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 대표적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정비방안을 통해 토큰 증권 여부 판단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기준을 명확히 했다.
토큰 증권의 발행·유통도 한층 쉬워진다. 금융위는 최소한도의 자기자본과 일정한 인적·물적 요건을 갖춘 토큰 증권 발행인에겐 '직접 발행권'을 줄 계획이다. 일반 주식 발행은 증권사 등 전문기관에 발행 업무를 의뢰하는 '간접 발행'으로 이뤄지지만, 토큰 증권은 다자간 검증이 가능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발행되기에 '직접 발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직접 발행의 경우 증권사에 발행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고, 다양한 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토큰 증권을 즉각적으로 발행할 수 있는 경쟁력도 확보한다.
한국거래소처럼 토큰 증권을 거래할 수 있는 '장외 유통플랫폼'도 장외거래중개업으로 제도화한다. 다만 위험성 높은 소규모 시장인 만큼 금융당국은 일반투자자의 토큰 증권 투자 한도를 제한할 예정이다. 투자 위험이 높을 경우 한도를 더 낮게 책정하는 방식이다. 금융당국은 또 자본시장법 등 관련 규제를 확대 적용하는 식으로 토큰 증권 투자자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질서를 위해 투자 한도를 두고 소액 투자자 간 거래만 허용할 필요가 있다"며 "토큰 증권의 발행·유통 과정에서 그간 자본시장제도가 마련해 발전시킨 투자자 보호장치가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