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200원 밑으로? 수출 개선·고물가 해소 기대

입력
2023.02.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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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평균 1,425.83원
3개월 만에 1,200원 초반대로
美 금리인상 속도 조절 기대감

지난해 세계를 뒤흔든 ‘킹 달러’ 불씨가 꺼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200원 아래로 떨어질 거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수출 여건 개선, 고물가 현상 해소에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불과 세 달 전만 해도 생각할 수 없었던 일이다.

3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1원 오른 1,229.4원에 거래를 마쳤다. 3거래일 연속 하락 후 상승했으나, 환율이 하락세를 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지난해 1월 평균 1,195.30원이었던 환율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 여파로 가파르게 올라 10월엔 평균 1,425.83원을 찍었다. 특히 지난해 10월 25일 장중 1,442.2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가장 높게 치솟았다.

1,500원마저 돌파할 거란 우려가 무색하게 이후 원·달러 환율은 급격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월 평균 환율은 지난해 11월 1,357.86원을 거쳐 12월 1,294.42원, 올해 1월 1,245.34원으로 3개월 만에 200원 가까이 빠졌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 긴축 정책으로 빠져나갔던 투자금이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과 중국의 제로(0) 코로나 정책 완화를 등에 업고 다시 신흥국으로 흘러들고 있어서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 등으로 환율 하락 압력이 우세한 상황”이라며 “향후 1,100원대 중후반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올해 안에 1,200원을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원·달러 환율 하락은 수출 둔화와 고물가로 시름하는 한국 경제에 호재다. 환율이 떨어진 덕에 지난해 12월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6.2% 낮아졌다. 2009년 4월(6.1%)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수입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환율이 낮아져 수입물가가 떨어지면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도 줄게 된다.

수입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는 점도 수출 여건 개선을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다. 앞서 1일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경제보좌관 겸 조사국장은 세미나에서 “달러화 강세(원·달러 환율 상승)는 기업들의 달러 자금 조달 여건을 악화시키고, 이는 생산 활동 위축과 수출 감소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 세계 경기 둔화와 국내 공공요금 인상 등은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 여건 개선, 물가 안정 효과를 상쇄하는 부분이다. 이날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수출 증가율(1.2%)을 지난해(3.1%)보다 크게 낮추면서 올해 한국 경제가 1.5%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봤다. 이승석 부연구위원은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경기 위축이 예상보다 커지거나 주력 수출 품목 실적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수출 증가세가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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