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범죄수익 몰수·추징 첫 1000건 돌파... 성매매 활용 180억 건물도

입력
2023.02.02 15:00
범죄수익 몰수·추징 성과 발표
작년 총 1200건… 4389억 보전

# 2013년 9월부터 10년 가까이 서울의 한 건물에서 불법 성매매 영업을 한 업주 A씨가 지난해 경찰에 적발됐다. 건물이 불법 성매매 영업장소로 사용된다는 걸 알면서 빌려준 건물주 B씨도 함께 입건됐다. 이들은 이 기간 240억 원을 벌어들였다. 이에 경찰은 A씨의 범죄수익 1억 원과 B씨가 소유한 182억 원 상당의 건물을 몰수했다. 성매매 대가는 현금으로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몰수ㆍ추징이 어렵지만 법리 검토를 거쳐 범죄수익의 76%를 환수한 것이다.

경찰의 범죄수익 몰수ㆍ추징 역량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2일 지난해 총 1,204건의 몰수ㆍ추징 보전 법원 인용 판결을 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청에 범죄수익추적 전담팀이 신설된 2019년(96건)보다 12배, 지난해(858건) 대비 40% 증가한 수치다. 다만 해당 조치로 실제 처분이 금지된 재산 총액은 47% 감소(8,351억→4,389억 원)했다. 지난해 가상자산ㆍ부동산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 크다.

몰수ㆍ추징 보전은 법원의 확정판결 이전 피의자가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도록 금지하는 조치다. 수사 단계에서 입수가 가능한 범죄수익은 몰수 보전하고, 은닉 등으로 몰수가 불가능한 수익금이 있을 땐 그 가액만큼의 일반재산을 추징 보전한다.

성과가 많아진 건 지난해 1월 ‘개정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시행으로 보전 대상 범죄가 ‘장기 3년 이상 범죄 및 경매, 입찰방해 등 장기 3년 이하 11개 범죄’로 늘어난 덕이다. 기존엔 뇌물이나 상습도박 등 200여 개 범죄로 한정돼 있었다.

보전 사례 중엔 범죄단체조직, 유사수신투자사기 등 특정사기범죄 사건이 22.7%로 가장 많았다. 상장 가능성 없는 주식을 상장될 것처럼 속여 1,200여 명에게 190억 원을 가로챘다가 범죄단체조직사기 혐의가 적용돼 111억 원 상당의 재산이 묶인 사건도 있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범죄수익을 신속하게 보전해 재범을 차단하고 재산피해도 최대한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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