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가 1일 '확장억제'와 관련 “한국인 사이에서 일종의 불안감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확장억제에 대한 우리의 굳은 의지는 70년간 이어진 한미동맹과 한국에 거주하는 2만8,500명의 주한미군, 그리고 그 가족으로 대표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확장억제는 미국이 유사시 동맹국에 자국 본토와 같은 수준의 핵 억지력을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날로 기승을 부리자 확장억제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전술핵 재배치'가 필요하다는 국내 여론이 점차 고조되는 상황이다.
골드버그 대사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여성기자협회 주최 ‘2023 포럼W’에서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질문에 이같이 답하며 미국의 의지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에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연합훈련과 레이건 항모, F-35전투기를 비롯한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가 우리의 굳은 의지를 대변한다”고도 했다. 또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미국이 보여주는 굳은 의지에 대해 완전한 신뢰를 표명했다”며 “앞으로 한국 정부와 국민에 보다 많은 안심을 보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앞서 미국의 3대 싱크탱크 중 하나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달 ‘한미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골드버그 대사는 “자유롭고 개방된 사회에서 나올 수 있는 이야기”라며 “미국 정부 차원에서 관련 언급은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민간 차원의 의견 표명일 뿐, 미 정부와는 관계가 없다고 거리를 둔 것이다.
골드버그 대사는 핵무장을 지지하는 국내 여론이 70%를 훌쩍 넘긴 점에도 주목했다. 그는 “최근 한국 여론조사는 나이에 상관없이 한미동맹에 대한 굳은 믿음을 보여준다”면서도 “일부 핵 보유에 대한 생각을 묻는 조사를 보면 어떻게 질문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문제는 상당히 복잡한 요소가 연루돼 있는데 (설문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가 모두 제시될 경우, 답변은 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응답자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시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반박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