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비공개로 진행해온 '김건희 주가조작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를 공개로 전환하며 김 여사에 대한 특검 요구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국회 로텐더홀에서 1인 시위와 밤샘 농성을 동시 진행하면서 특검 도입을 위한 여론전에 돌입했다. 다만 특검 도입까지는 '산 넘어 산'인 형국이다. 특검법을 다루는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인 데다, 국회 본회의에서 특검법이 처리된다고 해도 윤석열 대통령이 수용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국회에서 열린 '김건희 TF' 공개회의에서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는 김건희라는 이름이 수백 번 쏟아졌고, 모친이자 대통령의 장모인 최은순 녹취록이 세상에 공개됐지만 윤석열 검찰은 철저히 뭉개기로 일관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과 검찰이 끝내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김건희 특검을 반드시 관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건희 TF는 검사 출신인 송기헌(단장) 의원, 증권회사 출신인 홍성국 의원 등 전문가들을 주축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달 출범 후 비공개로 가동해왔으나 김건희 특검법 처리 요구에 힘을 싣기 위해 공개 전환했다.
송 의원은 회의에서 "김건희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만 10억5,000만 원 상당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보다 명확하게 수사하기 위해서는 특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TF 활동의 공개 전환 외에 의원들의 1인 릴레이 시위와 밤샘 농성 등의 방식으로도 특검 필요성을 알리고 있다.
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는 이날 박범계, 박찬대 의원을 시작으로 릴레이 1인 시위에 들어갔다. 대책위는 김 여사에 대한 추가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 대변인을 대통령실이 고발한 것과 관련해 "윤석열 정권의 권력 사유화가 얼마나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는지 보여준다"며 "대통령실 말대로 허위사실이라면 야당이 요구하는 특검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법률위원회는 김 대변인을 고발한 대통령실을 상대로 3일 무고죄로 고발하며 맞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민주당 내 강경파 초선 모임인 '처럼회' 소속 의원을 포함한 40여 명의 민주당과 무소속 의원들은 이날 오후 8시 30분부터 국회 로텐더홀에서 김건희 특검·이태원 참사 책임자 파면을 촉구하는 밤샘 농성 겸 토론을 진행한다.
통상 특검은 여야 합의로 진행해온 전례에 비춰볼 때 국민의힘 동의 없이는 특검 추진이 쉽지 않다. 특검의 키를 쥐고 있는 법사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의원이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민주당이 특검법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리려면 법사위 내 캐스팅보트인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조 의원은 특검에 부정적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을 설득해 특검법을 본회의에 직권상정하는 방안도 있지만, 김 의장의 입장에선 부담이 크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들이 압도적으로 요구하고, 새로운 사실 정황도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국회 안에서 설명하고 공론을 만드는 과정을 우선 밟을 것"이라며 "법사위에서 끝내 반대한다면 전체 의원의 뜻을 묻는 방법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 제기된 대장동 특검, 이태원 참사 특검 등의 요구와 교통정리도 필요하다. 특히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선 2일 의원총회에서 탄핵소추를 포함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문책 방안을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