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실거래가가 약 3년 전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역대 최저가로 팔린 사례도 나왔다. 그러나 수요자들은 여전히 집값이 높다며 시장을 관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아너힐즈'는 7일 전용면적 59㎡가 18억6,500만 원에 거래됐다. 같은 평형이 2019년 9월 16억5,000만 원에 거래된 이후 약 3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금액이다. 동대문구 '힐스테이트청계' 전용면적 84㎡는 12일 11억 원에 거래돼 2018년 9월(10억4,000만 원) 이후 가장 낮은 금액을 기록했다.
역대 최저가를 찍은 사례도 있다. 강동구 '고덕센트럴아이파크' 전용면적 59㎡는 2일 9억2,000만 원으로 2019년 준공 이후 가장 낮은 금액에 팔렸다. 시장에서 가격을 낮춘 급매 거래만 드물게 이어지면서 가격이 3, 4년 전 수준으로 내려간 것이다.
이는 지표로도 확인된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2017년 11월을 기준(100)으로 지난해 11월 147.9를 기록했다. 2020년 7월(147.1) 이후 가장 낮다. 해당 지수는 2019년 4월(116.1)부터 상승세를 보이다가 2021년 10월(187.8) 고점을 찍고 내려갔다.
아파트값이 3년 전으로 돌아갔지만, 시장은 오른 것에 비하면 집값이 여전히 높다는 반응이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4단지 전용면적 84㎡는 집값 상승기 초입인 2019년 6월 13억8,000만 원에 계약된 후 계속 상승하다가 2021년 10월 19억4,000만 원의 신고가를 찍었다. 지난달 거래가는 16억2,000만 원까지 내려갔다. 2년 새 40%가 올랐지만 빠진 건 고점 대비 16%에 불과하다. 인근 A중개업소 대표는 "금리 부담이 여전한 데다 집값이 아직도 높다는 인식 때문에 수요자들은 더 떨어지길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수요자 기대와 달리 1·3대책 이후 부동산 규제가 대거 풀리면서 실거래가가 다시 오르는 사례도 있다. 강동구 고덕아르테온 전용면적 84㎡는 이달 9일 12억8,000만 원으로 2020년 지어진 이래 역대 최저가 거래 기록을 썼지만, 이후 다시 13억 원대로 회복한 계약이 나왔다. 단지 옆 B중개업소 대표는 "급매물은 대부분 소진됐고, 비규제지역이 되다 보니까 집주인들도 굳이 값을 내려 팔 필요가 없어졌다"고 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대부분 지역이 급매물이 빠지면서 호가는 올랐지만 거래는 여전히 절벽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 집값은 7년간 오르고 이제 겨우 6개월 하락했는데 성급하게 바닥을 논하는 건 시기상조"라며 "2019년 수준에서 1차 바닥을 찍고 잠시 올랐다가 다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시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집값이 여전히 높다는 건 정부뿐 아니라 시장의 전반적 인식"이라며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위한 규제 완화 이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