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늘어났으나, 하반기로 갈수록 증가율이 둔화하면서 경기 침체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생산은 32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향후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경기동향지표도 6개월 연속 하락했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2022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전(全)산업 생산은 1년 전보다 3.3% 증가했다. 2011년 이후 2021년(4.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최근 10년 평균(2.0%)도 크게 웃돈다.
그러나 분기별로 나눠 보면 경기 둔화 신호가 역력하다. 지난해 1분기 4.0% 증가한 전산업 생산은 2분기(4.5%)와 3분기(4.0%)까지 호조세를 타다가 4분기(1.0%) 들어 급격히 위축됐다.
소비동향을 나타내는 소매 판매도 위태롭다. 연간 기준으로 0.2% 늘었지만 소매 판매 증가율은 1분기 2.8%를 기록한 뒤 2~4분기 내내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4분기엔 낙폭이 1.8%까지 벌어졌다. 다만 1·2분기 역성장한 설비투자는 3분기부터 증가하면서 연간 3.3% 늘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산업활동동향 평가 자료를 통해 “글로벌 경기 둔화와 금리 상승으로 수출‧제조업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내수 회복 흐름마저 약화하면서 향후 경기 흐름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말로 갈수록 짙어진 경기 침체 그림자는 지난해 12월 경제 지표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해 12월 전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1.6% 감소했다. 2020년 4월(-1.8%) 이후 32개월 만의 최대 감소폭이다. 특히 제조업을 포함한 광공업 생산이 2.9% 줄었다.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9.5%)와 전자부품(-13.1%) 생산이 위축된 영향이다.
투자 감소폭도 컸다. 고금리에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으로 예측되는 등 경기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진 탓이다. 지난달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7.1% 감소했다. 건축·토목 공사가 줄면서 건설투자 역시 9.5% 위축됐다. 같은 해 9월부터 감소한 소비는 1.4% 증가했으나 반짝 증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통계청은 “평년보다 추운 날씨와 기저효과로 동절기 의류 판매가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전망도 밝지 않다. 앞으로의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5포인트 내리면서 지난해 7월부터 6개월 연속 하락세다. 통상 해당 지수의 상승·하락세가 6개월 이상 바뀌지 않고 계속되면 경기가 전환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해석한다.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기재부는 “반도체 경기 하강과 계속되는 수출 감소세가 경기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340조 원의 재정・공공투자・민자사업을 조기 집행해 반등 기회를 최대한 살려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