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가 '알뜰폰 시장' 공략에 나섰다. 토스는 기존 알뜰폰 사업자들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혔던 고객센터를 24시간 운용하고, 일부 요금제에서는 사용하지 않은 데이터를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차별화 전략을 들고 나왔다. 토스의 알뜰폰 시장 진출로 소비자들은 요금제 선택권이 넓어지지만 경쟁사들은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토스는 30일 자회사 토스모바일을 통해 4개의 알뜰폰 요금제를 내놓는다고 밝혔다. 월 5만9,800원(데이터 100GB)·5만4,800원(데이터 71GB)·3만5,800원(데이터 15GB)·2만4,800원(데이터 7GB) 등이다. 이 중 데이터 제공량 100기가바이트(GB)와 71GB요금제는 기본으로 주는 데이터를 남길 경우 월 최대 1만 원가량을 토스포인트로 돌려준다.
토스가 알뜰폰 시장에 도전하는 이유는 ①알뜰폰 시장 자체가 1,200만 명을 돌파하며 크게 성장했고 ②기존 모바일 금융 서비스와 결합해서 얻을 수 있는 시너지가 크기 때문이다. 토스 알뜰폰 개통은 기존 토스 응용소프트웨어(앱)에서 토스인증서를 이용해 가능하다. 가입 후에는 토스모바일 페이지를 통해 잔여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③토스라는 브랜드 가치와 자금력이라는 가장 큰 무기가 있는 만큼 업계에서 빠르게 입지를 키워갈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 토스 관계자는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기존 알뜰폰 사업자(MVNO)들의 약점이었던 개인정보 보호 수준을 모회사인 토스 보안 가이드라인에 맞춰 강화했다"면서 "알뜰폰 업계 최초로 24시간 고객센터를 운영해 고객 불편도 최소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스의 알뜰폰 시장 진출로 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우선 대형 통신3사는 토스가 알뜰폰 내부 경쟁보다는 기존 통신사 서비스 이용자를 직접 타깃으로 정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 토스는 이날 "사전 신청자 중 73%는 대형 통신사 요금제 가입자"라고 분석하며 "이들이 토스 알뜰폰을 고르면 월 통신비를 20% 이상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토스 알뜰폰 요금제는 비슷한 수준의 알뜰폰 사업자들이 내놓은 상품보다는 조금 비싼 것 같다"면서도 "요금제 설계 자체가 대형 통신사 가입자들을 끌어들이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알뜰폰 가입자 수 증가로 SK텔레콤의 전체 통신시장 점유율이 처음으로 40% 아래로 내려앉은 상황에서 토스 알뜰폰의 성적표에 따라 시장 전체 지형이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알뜰폰 내부에서도 금융권의 시장 진입에 긴장하고 있다. 박완주 무소속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사물인터넷(IoT) 회선을 제외한 순수 알뜰폰 시장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대형 통신사들의 자회사가 가입자 수 3,65만404명, 점유율 51%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차, 테슬라, 기아차, KB국민은행 등 대기업·빅테크는 8%(56만1,687명), 중소·중견사업자는 41%(299만4,189명) 수준이다.
하지만 자금력, 서비스 운영 노하우 등 기초 체력이 약한 중소·중견알뜰폰 사업자들은 언제든 대형 사업자들에게 밀려나 고사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토스가 "알뜰폰 시장에서 가격경쟁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튼튼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원가 이하 상품을 파는 등 출혈 경쟁에 나설 경우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우려다.
한 알뜰폰 관계자는 "금융권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할 경우 지나친 경쟁의 속도를 늦출 장치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금융사들이 자금력으로 기존 알뜰폰 사업자들의 가입자를 빼가는 불공정 행위를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