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홀대받던 국산 '명품 무기' 날개... K2전차 변속기 튀르키예 수출

입력
2023.01.30 17:00
SNT중공업, 튀르키예에 2,600억 규모 수출 쾌거
K2 흑표 전차 심장(엔진+변속기) 모두 국산 수출

SNT중공업이 튀르키예와 2,600억 원 규모의 전차 변속기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2005년 개발 착수 이후 약 20년 만에 거둔 쾌거다.

변속기는 국산 K2 흑표전차의 심장인 '파워팩(엔진+변속기)'의 핵심장비다. 한때 국산 '명품 무기'로 불리며 관심이 집중됐지만 군 당국의 이해할 수 없는 엄격한 잣대에 발목이 잡혀 전력화 과정에서 번번이 좌절한 전력이 있다. 하지만 마침내 해외로 날갯짓을 하며 지난해 본궤도에 오른 K방산 수출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SNT중공업은 30일 공시를 통해 '알타이 전차'를 생산하는 튀르키예 BMC사와 체결한 1,500마력 자동변속기 수출 계약을 공개했다. 2027년 말까지 6,893만 유로(약 922억 원) 규모다. 여기에 2028~2030년 추가로 1억3,090만 유로 추가 옵션 구매 계약도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모두 합하면 2,672억 원에 달한다.

K2 흑표전차는 현대로템이 개발했다. 하지만 파워팩을 국산화하지 못하고 독일에서 엔진과 변속기를 들여와 탑재하는 데 그쳤다. 이에 SNT중공업은 2014년 세계 최초로 전진 6단, 후진 3단의 전차용 1,500마력 자동변속기를 개발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찬밥이었다. 유독 K2전차 변속기에 대한 작전요구성능(ROC)이 가혹했기 때문이다. 당시 육군은 K2전차가 정지상태에서 8초 안에 시속 32㎞까지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실제 평가에서 8.7초가 나오자 고작 0.7초가 모자란다는 이유만으로 SNT중공업의 변속기를 불합격 처리했다. 그로 인해 개발비 1,300억 원이 날아갈 판이었다.

이와 달리 육군이 운용 중인 주력 K1전차와 K1A1전차는 10초 안에 시속 32㎞로 속도를 올리면 생존성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엄연한 이중잣대였던 셈이다. 이에 여론의 질타가 잇따르자 육군은 뒤늦게 기준을 10초로 올렸고, 질질 시간을 끌며 개발업체의 속을 태웠다. 변속기는 그렇게 홀대를 받으며 10년이 지났다.

이번 계약으로 상황이 뒤바뀌었다. 앞으로 튀르키예가 제작하는 알타이 전차에는 국산 변속기가 장착된다. 이에 국산 K2전차에도 같은 변속기를 탑재할지 주목된다. K2전차의 경우 1차 양산분은 독일산 엔진·변속기를 달았다. 2·3차 양산분과 최근 폴란드 수출 물량에는 국산 엔진과 독일제 변속기를 장착했다. 아직 완전한 국산무기가 아닌 것이다. 향후 4차 양산물량에 엔진뿐만 아니라 변속기까지 국산으로 장착한다면 비로소 '파워팩 완전 국산화'에 성공하게 된다.

SNT중공업 관계자는 “향후 미국 유럽 중동 등 글로벌 방산시장으로의 신규 해외 수출과 유지, 보수, 정비 분야에서도 상당한 후방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한·튀르키예 간 방산 협력이 앞으로도 잘 진행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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