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이렇게 미친 듯이 쿵쾅 거린 적은 처음입니다.” 지난 26일 경북도청 화백당(대회의실). 김지찬 도로철도과 주무관의 일성이다. 이날은 해마다 연초에 열리는 신년 업무보고의 날.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에게 실ᆞ국의 한 해 사업계획을 설명하는 자리다. 그동안 실장 국장 원장이 해오던 일이다. 그것을 과장도, 담당(계장)도 아닌 주무관(6급)이 하는 파격적인 일이 경북도에서 일어난 것이다.
경북도의 신년 업무보고가 관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경북도가 ‘지방시대’ 실현이라는 도정철학을 젊은 직원들까지 공유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당 실ᆞ국의 주무관이 차관급 도지사 앞에서 하도록 맡겼기 때문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평소 이철우 지사는 ‘누구나 하는 일, 누구나 하는 생각은 과감히 버리고 누구도 하지 않은 일, 누구도 해보지 못한 생각으로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과감히 갈 수 있는 공직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번 주무관 업무보고는 그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발표자로 나선 주무관들은 저마다 특색 있는 발표와 MZ세대만의 신선한 시각으로 깔끔히 업무보고를 마무리했다. 미리 준비한 프리젠테이션 자료로 5분동안 거의 완벽하게 업무를 보고했다. ‘혹시나 실수하면 어쩌나’하고 지켜보던 국ᆞ실장과 과장 담당 등 간부공무원들의 우려를 불식했다.
보고자는 대부분 실ᆞ국 선임 주무관이었지만, 임용 3년도 안 된 8급 공채 주무관도 2명이나 포함됐다.
2020년 임용된 조순정 문화유산과 주무관은 “부서 대표라는 생각에 부담이 컸지만, 업무보고 준비 과정에 부서 전체 업무를 파악하는 등 자신감이 생겼고 앞으로 공직생활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한편 경북도는 지난 16일 시장군수 연석회의에서 6급 이하 직급통폐합 등 공직사회 계급제 완화를 일 잘하는 지방정부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이철우 지사는 “젊은 인재들이 맘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6급 이하 공무원에 대한 계급제 완화와 같은 혁신적인 제도개선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