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지역난방을 사용하는 임대주택 30만 가구가 가스요금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난방 사업자 대부분이 민간이어서 정부가 가스요금 감면을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역난방 사업자에 따라 감면 여부와 감면 폭이 들쑥날쑥하다 보니 임대주택에 살면서도 요금 감면을 받지 못한 가구가 해마다 전체의 25%에 달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올겨울 '난방비 폭탄'에 따라 정부가 사회적 배려 대상자(약 160만 가구)에 가스요금 할인을 2배 확대(기존 9,000~3만6,000원에서 1만8,000~7만2,000원으로)하기로 한 대책도 그림의 떡이다. 앞서 정부 난방비 보조 대책의 또 다른 축인 에너지바우처 증액도 대상 요건이 한정돼 저소득층인 기초생활보장수급 가구의 절반 이상이 대상에 포함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기사: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12822500004310) 취약계층의 난방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정부 정책이 복지 불평등 논란을 가져오지 않도록 좀 더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9~2021년 난방비 감면 대상이지만 감면을 받지 못한 지역난방 임대주택 가구는 31만1,859가구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19년 9만3,513가구(23.6%) △2020년 10만7,588가구(25.2%) △2021년 11만758가구(24.2%)로, 연평균 10만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난방은 아파트나 건물에 개별 열생산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대규모 열생산시설을 설치해 지역 전체에 열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전국 기준 340만 가구가 이용하고 있다. 공공에서 사업을 하는 도시가스나 전기사업의 경우 취약계층 감면 의무 규정을 갖고 있지만, 지역난방은 34개 업체 중 30개가 민간 업체인 데다 관련 법령도 요금 감면 대상과 범위를 자율에 맡겨 뒀다. 이로 인해 2021년 기준 임대주택 감면 혜택을 일절 제공하지 않은 업체만 6곳에 달한다.
이 같은 제도적 허점으로 연평균 10만 가구에 달하는 임대주택이 감면 혜택을 못 받고 있지만, 정부에서는 달리 손쓸 방도가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지역난방은 민간 사업자들의 자체 규정으로 운영되다 보니 법적 근거가 없어서 강제할 수단이 없다"고 설명했다. 지역난방 사업자들이 소속된 집단에너지협회 측은 "민간 사업자는 개인정보 접근 권한이 없는 데다 요금 인상 제한으로 만성적인 적자를 보고 있어 요금 감면에 나서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민간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 차원의 관심과 노력을 강조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환경대학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지역난방의 경우 민간 사업자의 선의에만 맡겨둔 채 사실상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며 "기후변화 시대를 맞이해 에너지 복지가 중요해진 만큼 에너지 바우처를 확대하는 등 중앙정부 차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