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첫 단계로 공정별 탄소배출량 측정 체계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인프라 측면에서 주차장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거나 생산 과정에서 전력 소모량이 큰 반도체 설비의 전력을 덜 쓰는 식으로 탄소배출 저감 활동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는 30일 반도체 사업에 대한 '전과정평가(LCA, Life Cycle Assessment)' 체계를 갖추고 제3자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365일 가동하는 만큼 어떤 산업보다 전력 소비량이 많다. 삼성전자는 2021년 기준 1,700여만 톤의 탄소를 내보냈다. 삼성전자 전력 사용량은 25.8테라와트시(TWh)로 글로벌 정보통신(IT) 제조사 중 최대다. 서울시 전체 가정용 전력 사용량 14.6TWh의 1.76배에 달한다.
전 세계에서 기후위기가 커지면서 삼성전자도 2050년까지 직·간접 탄소 순 배출을 제로로 하고,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민간 캠페인 RE100에 참여하는 내용을 담은 '신환경 경영 전략'을 지난해 9월 제시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LCA가 필요하다. 이는 원료의 채취와 가공, 제품의 제조·운송·사용·폐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투입되는 물질과 에너지, 배출되는 폐기물 등을 정량화함으로써 제품과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환경 영향을 산출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 중 반도체 제조사가 통제 가능한 범위인 원재료 수급 단계부터 제품의 생산·패키징·테스트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뽑아낸다.
사실 주요 IT 기업들은 일찍부터 RE100 동참과 함께 LCA 체계를 구축했다. 하지만 반도체 업종 특성상 제품을 만들기까지 많으면 4,000개 이상의 공정을 거쳐야 하고, 기간도 3개월 이상 걸리는 만큼 LCA를 꼼꼼하게 만드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LCA 체계로 확인한 탄소배출량 수치를 바탕으로 반도체와 반도체가 쓰이는 제품·시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저탄소 반도체 개발을 앞당기고 배출량을 꾸준히 줄여나갈 수 있게 확인한다는 것이다. 사업장 내 탄소 관리를 객관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되면서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신환경 경영전략 달성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반도체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탄소배출뿐 아니라 물과 자원 등으로 확대해 종합 관리 체계를 세울 방침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반도체 국내 사업장의 '물 취수량 증가 제로화'도 밝혔으며, 이를 위해 공공하수처리장 방류수를 재이용해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공업용수로 활용하기로 했다.
송두근 삼성전자 EHS 센터장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2019년부터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주요 제품을 중심으로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활동을 강화해왔다"며 "LCA를 바탕으로 반도체 관련 환경정보 공개에 투명성을 높이고 고객사들이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데 적극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