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서귀포시 해안변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이 만들어낸 절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다 한가운데 우두커니 떠 있는 범섬은 파도에 부서진 햇살을 끌어안고, 먼 옛날 한라산 용암이 찍어낸 주상절리는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제주를 낭만의 섬이라 부르는 이유는 바다와 바람과 시간이 내어준 선물 꾸러미 덕분이다.
다음 달 제주 서귀포시 태평로에 개장하는 'JW메리어트 제주 리조트&스파'는 이런 제주의 자연과 시간을 공간에 담으려 노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주춤했던 호캉스(호텔에서 보내는 휴가) 수요는 물론, 제주를 찾는 모든 이들에게 "호텔에만 머물러도 완전한 제주도를 느낄 수 있게 하겠다"는 당찬 목표를 갖고 있다.
제주 해안가 주상절리 위에 약 2만6,830㎡ 규모로 지어진 JW메리어트 제주는 다른 호텔들과 어떤 차별점을 두고 있을까. 지난달 16일 막바지 개장 준비가 한창인 이곳을 가보니 호텔 구조부터 인테리어 소품, 객실 구성까지 곳곳서 제주의 특색을 보여주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제주 하면 생각나는 유채꽃과 바람, 현무암, 귤, 올레길 등을 호텔과 연결 고리를 만들려 한 것이 눈에 띄었다.
우선 이곳은 제주의 역사와 자연을 접목해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었다. 호텔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로비에 들어서자 탁 트인 통유리 너머로 넓은 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로비 한가운데는 제주 감귤 나무가 자리해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권예리 JW메리어트 제주 홍보팀장은 "로비는 세계적 건축가 빌 벤슬리가 디자인했다"면서 "한국과 제주의 감성을 살린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로비를 나와 객실동과 연결된 구름다리를 건너면 제주의 신화가 담긴 '여우물'도 볼 수 있다. 여우물은 한라산에서 내려온 물이 작은 연못을 이룬 것인데, 여우와 선비가 사랑에 빠진 장소라는 설화가 전해진다. JW메리어트 제주는 호텔 부지에 있는 이 여우물을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살렸다. 자연유산을 보호하는 동시에 제주의 역사를 계승한다는 의미다.
호텔 수영장을 둘러싸고 있는 나무들은 '보호종'으로 지정된 소나무들이다. JW메리어트는 나무들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면서 수영장을 둘러싼 '천연 병풍'으로 활용했다. 자연을 지키면서 마치 숲 속에서 수영을 즐기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호텔 바로 앞은 드라마 대장금 촬영지로 유명한 제주 올레7길과 연결되어 있어 관광지로서의 활용도 역시 높았다.
JW메리어트 제주는 '모든 객실에서 제주의 바다를 즐긴다'는 목표를 실현하는 데 애썼다. 대부분 객실에서 크고 작은 크기로 제주 바다와 범섬이 내려다보이는 것이 강점이다. 197개 객실로 구성된 객실동은 가운데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이스트윙(East Wing·동쪽 건물)과 웨스트윙(West Wing·서쪽 건물)으로 나뉜다. 이 중 웨스트윙은 외부 공간과 거리를 둬 고요한 공간 속에서 휴식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으로 보였다.
이 호텔의 객실 중 가장 높은 등급은 '파노라마 스위트룸'이다. 해당 방에 들어가니 침대를 중심으로 세 면에 통유리창이 있는데 마치 바다에 빙 둘러싸인 느낌이었다. JW메리어트 제주는 모든 객실에서 욕조와 세면대, 화장실을 모두 떨어트려 세 개의 공간으로 구성한 독특한 구조를 선택했다. 권 팀장은 "화장실에 뭉뚱그려 들어가는 공간을 분리함으로써 고객들이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려 했다"고 전했다.
객실동 역시 제주의 자연과 전통을 구현하는 데 노력했다. 권 팀장은 "다른 호텔들은 객실동 벽면을 밋밋하게 꾸미지만 우리는 날아다니는 생선 날치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 조각물을 채워 넣었다"고 강조했다. 호텔 곳곳에서 눈에 들어온 체크무늬 장식은 제주지역에서 사용하는 보자기 무늬에서 힌트를 얻었고, 유채꽃의 노란색을 입혔다. 객실동 뒤편에는 제주 지역 전통 가옥을 그대로 옮겨온 공간이 있는데 전통 결혼식이나 소규모 파티를 위해서 마련했다.
JW메리어트 제주는 제주 지역 사회와 공존에도 힘을 쏟았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와 프로그램 구성에 제주 지역민들이 참여했다. 우선 커피, 전통차 등을 제공하는 '티(Tea) 라운지'는 제주 지역 다원과 협력한 상품들을 제공한다. '조수리 블렌드'라는 음료가 대표적인데, 원재료를 제공한 제주시 한경면 조수리의 이름을 따왔다.
젊은 층을 겨냥한 '애프터눈 티' 상품도 지역 사회와 손잡고 내놓는다. 제주도 명물인 고사리빵과 치즈로 만든 화산섬 치즈케이크, 제주감귤로 만든 전통차 등 제주 지역민들이 생산한 원재료를 바탕으로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만들었다. 또 호텔 안에서 제공하는 요가, 그림 그리기 등 각종 프로그램 구성에도 제주지역 작가와 예술가들이 참여했다. 권 팀장은 "JW메리어트 제주는 방문객들에게 온전한 휴식 공간을 제공함과 동시에 제주의 자연과 문화, 역사를 보여주고 지역과 상생하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