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27일 임기 중 마지막 고위법관 인사를 단행했다. 서울고법원장에 윤준 광주고법원장이, 서울중앙지법원장에는 김정중 서울중앙지법 수석부장판사가 임명됐다.
윤준 신임 서울고법원장은 1990년 춘천지법 강릉지원 판사로 임관해 다양한 재판업무를 담당하면서 실무능력을 인정받았다. 윤관 전 대법원장의 아들이다.
이번 인사에선 윤 법원장을 포함해 6곳의 고등법원장도 교체됐다. 대전고법원장에는 정형식 수원고법 부장판사, 대구고법원장에는 정용달 대구고법 부장판사, 부산고법원장에는 김홍준 서울고법 부장판사, 광주고법원장에는 배기열 서울고법 부장판사, 수원고법원장에는 이상주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부임한다.
전국 최대 규모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을 이끌게 된 김정중 부장판사는 전임 성지용 법원장보다 사법연수원 8기 후배다. 김 부장판사는 1997년 서울지법 남부지원 판사로 임관한 뒤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거쳐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를 역임했다. 재판실무에 능통하고, 합리적으로 재판을 진행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법정책연구원장으로는 박형남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보임됐다. 외부인사가 차지해온 사법정책연구원장에 현직 법관이 발탁된 것은 처음이다.
이번 인사에선 김명수 대법원장이 2019년부터 도입한 법원장 추천제가 전국으로 확대됐다. 법원장 추천제는 대법원장의 제왕적 인사권을 일선 판사들에게 분배하고 사법행정 민주화를 실현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지난해 지법원장 6명이 추천제를 거쳐 발탁된 데 이어 올해 12명이 임명되면서, 전국의 모든 지법원장이 일선 판사들의 추천을 받은 지법 부장판사 출신으로 채워지게 됐다.
울산지법과 제주지법은 추천 절차를 거쳤지만 당사자 거부 등의 이유로 후보자 수가 미달돼 다른 지역에서 추천받은 법관을 법원장으로 임명했다.
김 대법원장이 밀어붙인 법원장 추천제의 외형이 이번 인사를 통해 완성됐지만, 사법부 내부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대법원장이 임명한 수석부장판사가 후보로 추천된 경우가 많아 대법원장의 영향력이 오히려 커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이번 지법원장 가운데 7명이 수석부장판사 출신이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일선 법관들과 접할 기회가 많은 수석부장들이 이제는 술자리를 주선해가며 후배들 눈치를 본다"며 "지방법원장을 인기투표식으로 뽑아서 되겠느냐"고 말했다.
법원 내 반응은 엇갈린다. 법원 조직의 어른 격인 고법 부장판사들은 법원장 추천제 도입으로 지법원장으로 가는 임명 통로가 막히면서 특히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지법원장은 국정감사 등 사법행정에 관여할 일이 많다"며 "추천제를 도입하면서 지법원장 연차가 대폭 낮아져 경험 부족에 따른 우려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반면 젊은 판사들은 상대적으로 법원장 추천제에 대한 거부감이 덜한 편이다. 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대법원장이 인사권을 축소하려는 시도 자체가 긍정적인 측면이 있어 보인다"며 "추천제 실시에 따른 부작용들은 점차 개선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