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질환, 한 달 만에 낫는다고? 도 넘은 SNS ‘식품’ 광고

입력
2023.02.05 12:00
김상운 전문의, "치과 스케일링이 고가의 유사 치료제보다 효과"


대구 수성구 서구현(54)씨는 임플란트 수술을 앞두고 있다. 젊은 시절부터 잇몸질환에 좋다는 영양제만 10년 넘게 복용했지만, 또래보다 일찍 임플란트 수술을 하게 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떠도는 광고를 철석같이 믿고 치과 검진을 소홀히 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는 "잇몸에 좋다는 것은 다 먹어봤지만 지금 와서 보니 효과가 아예 없었다"면서 "쓴 비용만 해도 수입차 한 대 거뜬히 샀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치과의사회 김상운(통합치의학전문의) 보험이사는 "유튜브나 SNS에는 건강기능식품이나 건강식품이 잇몸질환을 치료하는 '약'인 것처럼 소개되기 일쑤"라면서 "잇몸질환은 치아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건강식품을 믿고 치과 검진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잇몸질환은 연령대를 떠나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치아질환이다. 20대 성인의 절반 정도는 경미한 증상을 가지고 있고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그 비율이 높아진다고 알려졌다.

잇몸질환은 치주질환이라고도 부른다. 치아를 감싸고 있는 잇몸이 붓고 피가 나는 등의 초기 증상이 나타난 후 염증 단계로 돌입한다. 잇몸질환을 제때 치료를 하지 않거나 방치할 경우 잇몸을 감싸고 있는 치조골(치아를 지지하는 잇몸뼈)이 손상되고 치아가 흔들린다. 심하면 치아가 빠진다.


건강식품을 먹으면 잇몸질환이 예방된다?

잇몸질환의 원인은 청결 문제나 영양부족, 잘못된 식습관, 환경적 문제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플라그(plaque)라고 불리는 세균막이다. 이 막은 끈적끈적하고 무채색인데, 제거되지 않고 굳어지면 치석이 된다. 치석에도 세균막이 계속 쌓인다. 세균막에서 방출되는 독소가 주변 조직이 염증반응을 일으킨다. 염증이 심해지면 치아를 지지하는 잇몸조직이 손상되면서 치아가 탈락한다. 이러한 과정의 시작은 비교적 가벼운 증상인 치은염이다. 이후 잇몸 아래 치조골이 녹는 치주염 증상을 거쳐 치아가 상실되는 단계로 진행된다.

치은염

치은염은 잇몸질환의 초기 증상으로 치아가 시리고 붓는다. 잇몸 내 염증이 주된 원인이고 주로 연조직에서 발병한다. 원인은 구강 내 세균으로, 염증이 심해지면 잇몸과 잇몸뼈까지 번져 잇몸이 붓고 피가 나거나 입 냄새까지 동반한다.

치주염

치은염 증상이 진행돼 잇몸 아래 치조골이 녹는 증상이다. 치조골은 한번 손상되면 자연적으로 회복되기 힘들다. 지지하는 잇몸뼈가 손상되면 잇몸이 붓고 피가 나는 등의 증상이 생긴다. 이 치조골 손상은 대부분 염증으로부터 시작된다.


SNS에 과대광고하는 건강식품

증상이 나타나는데도 소위 '잇몸질환에 탁월하다'는 광고를 믿고 병원을 찾지 않을 경우 문제가 커진다. 광고는 이런 제품들이 마치 잇몸 염증과 질환 등에 효과가 있을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든다. 무명의 광고 모델이 "치과의사나 전문가가 추천했다"는 등의 홍보를 하면서 마치 공인된 치료제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 이를 복용한 후 치아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후기와 체험기로 결정타를 날린다. 광고를 보는 이들은 해당 건강식품만 먹으면 잇몸 질환이 해결될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의료인들은 "건강식품으로 잇몸질환이 치료되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잇몸질환은 질환의 일종으로 식품으로 치료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의료인들은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의 분류를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전문의약품은 질병 치료를 위해 의사가 처방하고 사용량이 제한되는 의약품을 의미한다. 효과는 좋지만 오·남용하면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있어 반드시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제한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

일반의약품은 특정 질병을 치료 또는 예방하기 위한 약리학적 영향을 지닌 제품으로 효능과 효과가 기재되어 있다.

반면 건강기능식품은 질병의 치료 또는 예방이 아닌 인체 기능 활성화 등을 통한 건강 유지 및 증진에 초점이 맞춰진 제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정한 기능성 원료나 성분을 사용하여 제조 또는 가공한 식품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건강식품은 통상적으로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섭취되어온 식품을 의미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제품이다.


잇몸질환 치료법은?

의료인들은 이런 잇몸질환에 대해 정기검진이 가장 큰 치료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1년에 한 번씩 정기검진과 함께 보험적용이 되는 스케일링만 해도 치주질환으로 인한 치아 상실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치주질환은 일단 방치되면 치조골로 번져 스케일링이나 일반적인 치주 치료만으로는 잇몸질환이 개선되기 어렵다.

김상운 이사는 "치과 치료는 고액이라는 편견 때문에 치과 방문을 주저하고 고가의 건강식품이 마치 치료제처럼 둔갑해 잇몸질환 환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며 "1년에 한 번씩 보험이 적용되는 스케일링이 큰 치료책이자 예방법인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잇몸질환을 치료하는 치주치료는 모두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부담이 적다"면서 "치아검진을 통해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돈 걱정 없이 자연치아를 오래 쓸 수 있는 최고의 관리법"이라고 덧붙였다.



80세까지 임플란트 없이 건강한 치아를 사용할 수 있는 TIP

△잇몸에 좋다는 것은 단순히 영양제라고 보고 맹신하지 말 것

고가의 잇몸 보조제를 몇 년만 복용해도 그 가격은 임플란트 몇 개 가격이 훌쩍 넘는다. 고가의 영양제나 식품 대신 평소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고 정기검진을 받는 것을 습관화해야 한다.

△1년에 한 번씩 적용되는 건강보험을 이용한 스케일링은 무조건 받을 것

건강보험에 가입된 이들은 치과에서 1만6,000원대로 1년에 한 번씩 스케일링이 가능하다. 이는 잇몸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이다. 비용도 저렴하기 때문에 잇몸질환의 원인인 치석과 프라그를 제거할 수 있고 충치 등의 상태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치아의 건강 상태까지 바로 확인할 수 있어 가장 효과 좋은 치료법이자 예방법이다.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고 흡연은 절대 하지 말 것

잇몸도 신체의 일부분으로 영양 섭취가 중요하다. 특히 비타민C나 칼슘 등 필수 영양소는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과거에는 영양 부족으로 골다공증, 잇몸질환 등을 초래한 경우가 많았다. 흡연은 염증을 악화시키고 구취를 유발한다. 잇몸질환이 있는 이들에게 흡연은 임플란트 수술 시기를 앞당기는 지름길이다.

△식후 및 수면 전 양치는 반드시 생활화할 것

음식을 섭취한 후 입안 세균은 왕성한 번식을 한다. 수면 시에는 가장 활동이 왕성하다. 양치질을 통해 음식물의 잔류물을 없애 세균이 번식할 환경 자체를 만들면 안 된다. 특히 치아에 끼인 음식물을 제대로 제거해주지 않으면 세균 덩어리가 된다. 자기 전 반드시 양치질하고 구강청결제까지 사용해주면 더욱 좋다.

김민규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