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가 그룹 뉴진스와 르세라핌의 호성적 속 숨통을 틔웠다. 대표 소속 아티스트이자 회사의 매출 절반 이상을 이끌고 있던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입대가 본격화 되면서 하이브의 향후 수익과 방향성에 우려가 쏠렸었지만, 4세대 아이돌 시장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K팝 시장 전반을 휩쓴 두 걸그룹 덕분에 숨을 돌리게 된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12월 멤버 진의 입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군백기 시작을 알렸다. 소속사 매출의 65%를 견인하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중추적 역할을 해왔던 방탄소년단의 부재는 하이브에겐 예견된 위기였다. 하이브 내에서 방탄소년단의 존재감이 컸던 만큼 이들의 부재는 곧 하이브의 수익 하락에 대한 우려로 직결됐기 때문이다.
특히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각자의 출생연도에 맞춰 순차적인 입대를 선택하면서 이들의 군백기는 최소 3년 이상 지속될 전망인 만큼 하이브가 떠안을 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졌다. 지난해 방탄소년단의 단체 활동 잠정 중단 발표 이후 하이브 주가가 27% 이상 하락했던 것과 진의 입대 소식이 전해진 뒤 요동쳤던 주가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였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하이브는 일찌감치 멀티 레이블 전략과 사업의 다각화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 구축에 총력을 다해왔다. 당초 빅히트엔터테인먼트로 출발했던 하이브는 현재 빅히트뮤직을 비롯해 플레디스 쏘스뮤직 어도어 KOZ엔터테인먼트 빌리프랩 등 다수의 가요 레이블을 산하에 두며 몸집을 불린 상태다.
그리고 하이브의 새로운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탄생했다. 어도어와 쏘스뮤직에서 론칭한 걸그룹 뉴진스와 르세라핌이 방탄소년단의 배턴을 이어받아 하이브의 중심축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하이브의 전신이었던 빅히트가 걸그룹을 배제한 보이그룹 체제로 급성장을 이뤘던 것을 떠올릴 때, 걸그룹들이 하이브의 핵심으로 떠오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바꿔 말하면 하이브가 오랜 시간 공들여 온 아티스트 라인업 다각화 전략이 제대로 빛을 발한 셈이기도 하다. 실제로 올해 하이브의 발표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을 제외한 하이브 레이블즈 소속 아티스트들의 매출은 연평균 200% 성장률을 보였고 그 중심에는 뉴진스와 르세라핌 등 신인들의 폭발적인 성장이 있었다.
하이브 박지원 CEO는 뉴진스와 르세라핌의 올해 목표 성장률을 전년 대비 100%로 밝히며 두 팀의 전략적 행보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상태다. 이를 통해 방탄소년단의 공백기로 인해 직면한 매출 하락을 빠른 시일 내에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뉴진스와 르세라핌의 약진으로 한숨을 돌린 하이브는 이제 '넥스트 스텝'을 위한 전략 구축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들은 방탄소년단의 배턴을 이어받은 뉴진스와 르세라핌처럼 이들의 뒤를 이어 하이브의 중심을 지탱할 아티스트 발굴과 레이블 확장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박 CEO는 "멀티 레이블 전략으로 구축한 음악적 다양성과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경계를 확장해 지속적이고 폭발적인 성장을 이룰 것이다. 다변화된 아티스트 포트폴리오로 특정 국가에 치중하는 것을 피하고 변화하는 트렌드에서도 유연하게 대응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며 ""멀티 레이블을 확장하고자 미국·일본 등 해외에서도 레이블과 매니지먼트사 등으로 (인수·지분 투자를 통해) IP 확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