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 원 이상 주식을 보유한 윤석열 정부 장ㆍ차관 17명 중 절반에 가까운 7명이 주식매각 및 백지신탁 신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고위공직자들의 재산공개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직무관련성 심사’ 정보를 공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6일 ‘윤석열 정부 장ㆍ차관 주식 백지신탁 의무이행 실태’를 발표했다. 공직자윤리법은 고위공직자가 3,000만 원 넘게 주식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이해충돌 방지를 위해 주식을 팔거나 신탁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보유 주식과 직무 사이의 관련성이 없다는 판단을 받으면 신탁 의무가 면제된다.
경실련이 재산신고액과 관보를 비교한 결과, △이기순 여성가족부 차관(약 18억 2,000만 원)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약 9억 9,000만 원) △조용만 문화체육부 차관(약 4억 5,000만 원) △이종섭 국방부 장관(약 1억 6,000만 원) △권영세 통일부 장관(약 9,000만 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약 7,000만 원)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약 5,000만원)이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 신고를 하지 않았다.
경실련은 “지난해 9월 인사혁신처에 직무관련성 심사 내역을 공개해 달라고 청구했으나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심사가 진짜 이뤄졌는지, 했다면 제대로 심사한 것인지 알 수 없어 고위공직자에 대한 사회적 감시를 어렵게 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주식을 팔거나 백지신탁 신고를 한 나머지 9명 중에서도 5명은 여전히 3,000만 원어치가 넘는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약 7억 6,000만원)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약 1억 9,000만원) △이기일 보건복지부 차관(약 9,000만 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약 5,000만 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약 4, 000만원)이다.
일부 해당 부처는 경실련 측 주장을 반박했다. 인사혁신처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적법 절차를 거쳐 주식 관련 의무를 이행했다”고 밝혔다. ‘직무관련성 없음’ 결정을 받으면 3,000만 원을 초과해도 주식 보유가 가능한데, 현 장ㆍ차관들은 주식백지신탁제도 규정에 따라 주식을 보유하거나 처분했다는 것이다.
여성가족부와 통일부도 입장문을 통해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로부터 보유 주식과 직무 사이에 관련성이 없다는 결정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실련은 “직무관련 심사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자체가 주식백지신탁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이유로 경실련은 이달 18일 인사혁신처와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를 상대로 직무관련성 심사 정보 내역 비공개처분에 대한 행정심판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