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비 2만5,000원 때문에…" 유가족들 '뺑소니 의사' 엄벌 촉구

입력
2023.01.25 16:00
"음주운전 사고 반복, 솜방망이 처벌 탓"

음주운전으로 오토바이 배달원을 치어 숨지게 하고 달아난 의사 A(42)씨가 구속된 가운데 유가족 측이 음주운전 처벌 관련 법 강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24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엔 ‘음주운전 사망사고 뺑소니 범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숨진 오토바이 배달원 B(36)씨가 절친한 친구 동생이라고 밝히며 “음주운전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은 솜방망이 수준 처벌 탓”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음주운전 사고로 피해자 가족들은 자식을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에 평생 죄인으로 살아가야 하는데 음주운전 가해자들은 유명 로펌 변호사를 선임해 집행유예나 벌금을 받는 게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것 자체가 살인 미수”라며 “음주운전자들을 선처 없이 무기징역 등 엄벌에 처해달라”고 호소했다.

작성자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음주운전 사망사고로 떠난 동생을 위한 국민청원’이라는 글을 올려 청원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작성자는 이 글에서 “인천 서구 원당에서 김포까지 대리비는 비싸야 2만5,000원”이라며 “A씨의 행동으로 친구 동생은 설 명절을 앞두고 하루아침에 황망히 가족 곁을 떠나 고인이 됐다”고 했다.

그는 “평소 신호 위반을 하지 않았던 친구 동생은 사고 당일에도 신호를 준수하고 (신호가 바뀌기를) 대기하고 있었던 죄밖에 없다”며 “부디 억울한 죽음에 관심을 가져주길 부탁드린다”고 적었다.

인천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인천의 한 의원에서 대표로 근무 중인 의사로 확인됐다. 그는 20일 오전 0시 20분쯤 인천 서구 원당동 교차로에서 술에 취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몰다가 오토바이 배달원 B씨를 치어 숨지게 하고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사고 전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 직원들과 술을 곁들인 회식을 한 뒤 김포 자택으로 귀가하던 중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당시 편도 6차로 도로에서 직진하던 A씨는 갑자기 중앙선을 침범했고, 맞은편에서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던 B씨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다. A씨는 사고 후 500m가량을 더 운전한 뒤 차에서 내려 파손된 부위를 보고는 차량을 버리고 달아났다.

B씨는 머리 등을 크게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사고 발생 2시간 만인 같은 날 오전 2시 20분쯤 A씨를 긴급체포했다. 체포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69%로 면허정지 수치였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물체인 줄 알았다. 사람을 친 줄 몰랐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차량 파손 부위를 확인한 이후 현장을 떠난 점으로 미뤄 볼 때 인명 피해 사고를 인지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2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와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구속됐다.

이 청원은 하루 만에 100명의 찬성을 얻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100명 이상 동의를 얻으면 공개되는데, 공개 이후 30일 이내 5만 명이 동의할 경우 청원이 성립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심의가 이뤄진다. 심사를 통해 해당 청원의 본회의 부의 여부가 결정된다.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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