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 차기 회장 후보 8명에 이름을 올린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고심 끝에 후보직을 수락했다. 금융권 관치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비난받아야 될 관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임 전 위원장은 연휴 마지막 날인 24일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측에 차기 회장 입후보 의사를 전달했다. 지난 19일 1차 후보군(롱리스트) 포함 통보를 받은 지 5일 만이다. 임 전 위원장은 25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최종 후보군(쇼트리스트)을 추리는 검증과 여러 인선 과정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후보직 수락 배경에 대해 임 전 위원장은 “공직(금융위원장)에 있을 때 합병과 민영화 업무도 했고, 오랜 기간 우리금융에 관여를 많이 해왔다”며 “우리금융이 좀 더 잘했으면 좋겠고 거기에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금융의 최근 여러 사건사고나 문제를 내부에서 치유하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과도기적이지만 외부 수혈을 받아 쇄신을 기하는 게 필요한지 고민했다”면서 “제가 자격이 있을지 대주주와 사외이사의 판단을 구해보려 한다”고도 덧붙였다.
금융당국 수장을 지낸 임 전 위원장이 우리금융 회장 후보로 나서면서 관치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임 전 위원장은 “정부가 조직이 원치 않은 사람을 그 자리에 강제로 앉히는 것이 관치"라고 규정했다. 그는 “관료 출신인 만큼 관치라는 프레임을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비난받아야 될 관치에 저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전 금융위원장 자격이 아닌 NH농협금융 회장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이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우리금융노동조합 협의회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금융이 모피아와 올드보이들의 놀이터로 전락하는 상황이 생길까 매우 우려스럽다”며 “내부출신 인사로 내정해 관치 논란을 불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임 전 위원장을 “금융위원장 시절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하면서 투자자 보호, 시스템 리스크 방지 등을 위한 규제는 갖추지 않은 정책 실패의 주범”으로 지목,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우리금융 임추위는 오는 27일 2차 회동을 갖고 쇼트리스트 2, 3명을 확정할 계획이다. 현재 롱리스트에 오른 내부 출신 후보는 이원덕 우리은행장과 박화재 우리금융 사업지원총괄 사장, 김정기 우리카드 사장, 박경훈 우리금융캐피탈 사장, 신현석 우리아메리카 법인장이다. 외부 인사는 임 전 위원장과 이동연 전 우리FIS 사장, 김병호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