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고위직 잇단 '부패 의혹'… 대거 물갈이

입력
2023.01.24 23:35
최소 10명 교체… "부패 혐의"

러시아의 침공으로 1년 가까이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고위공직자의 잇단 부패 스캔들에 휘말렸다. 키릴로 티모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차장 등 최소 10명이 사임하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내각 물갈이에 나섰다.

24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과 검찰부총장, 대통령실 차장, 지역 개발 담당 차관 2명 등 5명이 교체됐다. 격전지인 키이우와 수미,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헤르손, 자포리자 등 5개 주지사도 포함됐다. 이들 중 일부는 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는 군수 담당 뱌체슬라프 샤포발로우 차관이 부패 혐의 관련 언론 보도에 결백을 호소하며 사임했다고 전했다. 앞서 현지 매체는 국방부가 군납 식비를 과대 지급했다고 보도했으나 국방부는 이를 부인했다.

올렉시 시모넨코 검찰부총장은 스페인에서 휴가를 보낸 사실이 언론에 보도돼 여론의 뭇매를 맞은 뒤 교체됐다. 검찰청은 이번 인사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키릴로 티모셴코 대통령실 차장 역시 사임 배경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2019년 대선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지원했으며, 최근에는 지역 정책을 총괄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부패 문제가 뿌리 깊은 우크라이나는 전쟁 중 지원 및 전후 복구와 관련해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기 위한 조치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1일에는 바실 로신스키 인프라부 차관이 뇌물 수수 혐의로 체포된 후 해임됐다. 로신스키 차관은 발전기 구매와 관련해 40만 유로(약 5억3,600만 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밤 대국민 연설을 통해 중앙·지방 정부 등의 고위직 인적 쇄신안을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사 결정은 이미 이뤄졌다. 일부는 오늘이나 내일 확정될 것이며 인사는 정부 부처 내 다양한 직급과 조직, 지역과 사법부 시스템을 아우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