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사를 앞두고 막바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핵심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옛 부패방지법) 위반으로 예상되지만, 정치자금법 위반과 뇌물 관련 혐의가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3부(부장 강백신)는 24일까지 설 연휴 기간 이 대표 조사를 위한 질문지 작성에 주력했다. 검찰은 대장동·위례신도시 사업이 10여년에 걸쳐 진행된 만큼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서 보고받고 승인한 내용을 확인하는 데 최소 이틀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 측은 혐의를 부인하는 것은 물론이고, 검찰의 행태에 날을 세우고 있어 양측간 신경전도 고조되고 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 정민용 변호사 등 '대장동 일당' 5명의 A4용지 57쪽 분량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공소장에는 이 대표 이름이 146회 등장한다. 대장동 일당이 주도한 민간업체에 특혜가 될 사안을 이 대표가 지시하고 승인했다는 표현도 각 10회 이상씩 적혔다. 해당 공소장이 사실상 '이재명 공소장'으로, 이 대표 기소가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 대표와 민간사업자 사이의 연결고리는 유 전 본부장이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이 대표와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긴밀한 관계를 맺었고, 이 대표 지휘·감독으로 공사를 설립해 개발 사업을 추진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대장동 주민들의 면담 요구에 '유동규 말이 내 말'이라고 말한 정황도 공소장에 기재했다.
검찰은 성남시장에 출마했던 이 대표가 핵심 공약인 '1공단 전면 공원화' 실현으로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고 민간업자에게 공원 조성 비용을 충당하려던 과정에서 유착관계가 형성됐다고 봤다. 이 대표가 2013년 4월 대장동·1공단 결합개발 추진 방침을 확정한 뒤, 유 전 본부장에게 '1공단에 공원만 만들면 되니 대장동 개발사업은 알아서 하라'고 주문하면서 민간업자 요구를 전적으로 들어주게 됐단 내용도 포함됐다.
공소장에는 유 전 본부장이 정 전 실장을 통하거나 이 대표에게 직접 민간업자에 유리한 민관합동·수용개발, 건설사 배제 방침 등 공모지침서 반영, 용적률 상향, 서판교터널 개설 등의 조치를 보고해 결재받았다는 내용도 있다. 사실상 사업자를 내정해놓고 성남시와 공사의 업무상 비밀을 정 전 실장과 유 전 본부장 등이 업자들에게 유출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 대표의 비밀 유출 관여 정황이 공소장에 적히진 않았다. 검찰은 이 대표 조사를 통해 그의 책임 범위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고정이익 확보와 초과이익 환수조항 배제 등으로 민간업자 측에 4,054억 원의 배당 이익을 몰아주고, 성남시에 손해를 입혔다는 배임죄도 이 대표에게 적용할 수 있는 혐의다. 정민용 변호사 등은 재판 과정에서 '대장동 확정이익 부분을 이 대표가 설계·지시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검찰은 대장동 일당 공소장에 이 대표가 택지 분양 예상 사업수익만 4,000억 원 이상이란 걸 유 전 본부장을 통해 전달받고도 사업자가 내정됐다는 점을 고려해 추가 조치 없이 사업을 진행했다고 기재했다.
이 대표에게 천화동인 1호 배당 수익 중 428억 원을 제공받기로 약속했다는 부정처사 후 수뢰 혐의를 적용할 여지도 있다. 검찰은 2015년 4월 김만배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본인 지분 절반을 주겠다고 한 것을 '정 전 실장을 통해 이 대표가 보고 받고 승인했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의 관여를 암시한 대목이다.
검찰은 민간업자에게서 선거자금을 조달받았단 것 또한 정 전 실장과 이 대표에게 '모두 보고됐다'고 공소장에 기재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 대표도 서면진술서 작성 등 검찰 조사에 대비해 기본적인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성남FC 후원금 의혹 조사 때도 미리 준비한 서면 진술서를 제출해 대체로 답변을 갈음했다. 이 대표는 그동안 "대장동 사업은 성공적인 공공환수 사례로, 단 1원의 사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집값 향방을 알 수 없어 공사에 1,822억 원의 고정이익을 확보케 한 정책적 판단이 죄가 될 수 없고, 하급자와 민간업자 간 교류는 몰랐다는 취지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서면진술서를 제출해도 필요한 질문을 하고 입장을 확인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는 28일 오전에 조사를 받겠다고 밝혔지만, 검찰은 조사할 내용이 많아 이틀 출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 한 차례 더 조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이 대표 조사를 마치면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병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