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러시아 무기 커넥션' 증거 사진 공개됐다

입력
2023.01.21 09:38
미 백악관서 북-러 무기 전달 사진 공개
러 '와그너' 국제범죄조직 지정 계획도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돕는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와그너 그룹'에 무기를 전달하는 사진이 미국에서 공개됐다. 북한이 관련 의혹을 "황당무계한 모략"이라면서 부인하자, 미국 백악관이 직접 증거를 내놨다. 백악관에서는 와그너 그룹을 '국제 범죄 조직'으로 지정할 계획도 함께 밝혔다.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0일(현지시간) 지난해 11월 각각 러시아와 북한에서 찍힌 위성사진 두 장을 공개했다. 커비 조정관은 "최근 북한 정부 관리들은 와그너에 무기를 공급했단 사실을 거짓으로 부인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전달하는 사진을 공개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공개된 사진이 지난해 11월 18일 러시아 열차가 북한으로 이동하는 모습과 다음날 북한 측에서 이 열차에 컨테이너를 선적하는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커비 조정관은 "이 열차는 다시 러시아로 돌아갔다"라면서 "북한의 무기 이전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북한의 행동을 규탄하며 와그너 그룹에 대한 무기 제공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은 북한이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인 와그너 그룹에 무기를 판매,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다. 북한은 이를 강하게 부인해 왔다. 당시 주북 러시아 대사관도 "처음부터 끝까지 사실이 아닌 거짓"이란 입장을 내놨다. 다만 이달 초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북한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을 지원한 것에 감사를 표한다"라고 언급하는 등 북한의 군수 물자 제공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미국은 이날 와그너 그룹을 국제범죄조직으로 지정했다. 향후 모든 미국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인이 자금, 상품 또는 서비스를 대는 일이 금지된다. 커비 조정관은 "와그너 그룹의 제재뿐 아니라 전 세계를 무대로 한 와그너 그룹의 활동도 제한하는 추가적인 수단"이라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끄는 와그너 그룹은 솔레다르 전투 등을 주도하며 점차 군 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커비 조정관은 "러시아군이 와그너 그룹의 군사적 지원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다"면서 "정보에 따르면 러시아군과 와그너 그룹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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